중국 요하유역 고구려 산성 답사기 이규호(고대사분과, 분과총무) 올해 고대사분과에서는 2014년 5월 2일부터 5월 5일까지 3박 4일간의 기획답사를 계획하였다. 답사지역은 중국 요하유역의 고구려 산성 답사로서, 고구려사를 전공하면서 한 번도 현지를 가보지 못했던 까닭에 망설임 없이 지원하였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해외로 나가보지 않았기 때문에 설레기도 하였고 첫 해외여행을 옛 고구려의 지역을 가보고 싶다는 개인적인 소망도 있었는데, 이 모든 것이 한 번에 이루어지는 순간이었다. 5월 2일 오전 11시 30분 인천공항에서 모여 오후 두시 즈음에 대련에 도착하였다. 도착하자마자 가이드분과 미팅을 간단히 하고 금주구로 이동하여 금주박물관을 본 뒤, 곧바로 첫째 날의 메인인 비사성으로 향하였다. 비사성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요동반도 끝자락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발해만과 한반도 서해 양쪽을 모두 관망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때문에 고구려가 수당과 전쟁을 치룰 때 주요 격전지로서 늘 등장한다.
비사성을 보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성의 입지였다. 대련시에는 큰 산이 딱 하나 있는데, 그 산에 비사성이 있다. 그리고 사진에 보이듯이 성을 중심으로 양쪽 바다가 전부 보여서 해안선을 지키기에 매우 용이하였다. 더욱이 성은 입구 하나를 빼면 절벽이라 성의 방어 자체도 견고했을 것으로 보였다. 둘째 날은 득리사산성과 고려성자산성(건안성)을 보았다. 두 성은 비사성에서 요동반도의 해안선을 따라 올라가는 길목에 위치한 성인데, 득리사산성은 용담산성이라 불리기도 하고 교통로 중간에 있어서 그런지 양쪽 방면을 모두 볼 수 있는 곳에 위치해 있었다. 고려성자산성의 경우는 요하의 주요 도하지점 가운데 제일 하구에 위치한 성으로서, 둘레가 5km에 달하는 대형 성이었다.
셋째 날에는 백암성을 찾아갔다. 현재 남아있는 고구려 산성 가운데 성벽이 가장 잘 남아있어 고구려 성의 모습을 상상하는데 도움이 되는 성이다. 또 당과의 전쟁 시 요동성이 함락되자 성주가 항복한 성으로도 알려져 있는 성이기도 하다. 성의 구조도 특이하여 지면이 평평한 곳에 쌓은 것이 아니라 강안을 따라 비스듬히 기울어진 경사면에 쌓았기 때문에 요동성 방면에서 보면 성 안이 훤히 보이는 단점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백암성에서는 날이 맑으면 요동성이 있는 요양 방면이 멀리 보이는데, 당의 화공에 함락된 요동성이 활활 불타는 것을 보며 백암성의 고구려군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마지막으로 소개할 곳은 고이산성(신성)이다. 이곳은 요하의 주요 도하지점 3곳 가운데 가장 북쪽에 위치하고 기록에도 비교적 일찍 등장하는 성으로서 북쪽의 부여방면과 남쪽의 요하방면을 잇는 연결고리 역할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현재는 중국에서 성터를 공원으로 사용하고 있어서 성의 면모를 보기가 쉽지 않았고 계절의 영향으로 수풀이 우거져 성벽이 잘 보이지 않은 아쉬움이 있었다.
3박 4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심양공항에 앉아서 생각해보니, 시간이 너무 금방 지나간 것 같아 아쉬움이 많았다. 그리고 아직 고구려의 옛 땅 가운데 일부밖에 보지 못했던 터라 더 보고픈 마음도 여전하다. 답사를 준비하신 분들의 노고에 감사드리고, 다음에도 이런 기회가 있기를 바란다. (저녁 술자리에서 오고갔던 얘기만 현실화시키면 될 것 같은데...무슨 얘길 했는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