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유영익 씨의 국사편찬위원장 내정을 철회하라 6월 17일자 언론보도에 따르면, 차기 국사편찬위원장으로 ‘한국현대사학회’의 유영익 고문이 내정되었다고 한다. 우리는 이 보도가 사실이 아니기를 기대한다. 만약 사실이라면, 우리는 유영익 고문의 그동안 행적에 비추어 그의 국사편찬위원장 내정은 크게 우려할 만한 일이라 생각하여 부당함을 알리고 내정 철회를 요구하고자 한다. 국사편찬위원회는 한국사와 관련한 자료를 수집・편찬하고 연구 성과를 모아 간행하며, 중견 공무원은 물론 초중등 교사들을 대상으로 국사 연수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한국사 교육과 교과서 검정 과정에서도 주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한국사 연구와 교육을 지원하는 매우 중요한 국가 기관인 것이다. 이런 까닭에 국사편찬위원장은 학계의 신망을 얻으면서 정치적으로 편향되지 않은 인물이 맡아야 한다는데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유영익 고문은 이런 기준과 너무나 거리가 먼 인사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그는 독재자 이승만을 꾸준히 예찬해 왔다. 이승만이 대한민국 건국에 “절대적으로 공헌한 건국 대통령”이고, “(이승만이) 이 나라의 우매한 백성을 유능하고 발전 지향적인 새로운 국민으로 만들었기에” 지난 60년간 대한민국의 비약적인 발전이 가능했다고 주장하는 인사이다. 그리고 광복절을 건국절로 바꾸자는 주장의 선두에 섰던 인사이다. 그는 2008년 사회적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뉴라이트 포럼의 고문으로 ‘대안교과서’를 감수하였고, 2011년에 결성된 한국현대사학회의 고문직을 맡고 있다. 한국현대사학회는 2011년에 국사교과서 집필기준에서 ‘민주주의’라는 용어를 ‘자유민주주의’로 바꾸자고 압력을 행사하여 역사학계의 대대적인 반발을 불러일으킨 적이 있다. 그 과정은 학계의 논의를 통해서가 아니라 이명박 정권 하에서 권력에 기대어 이루어진 것이었다. 또한 이 단체는 최근 중학교 교과서에 대해 “스탈린・김일성・박헌영이 공유하는 역사관에 입각해” 서술됐다는 투로 낡은 메카시즘적 사고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들의 공격 대상이 된 교과서들은 국사편찬위원회에서 관장하는 검정을 통과해 현재 일선 학교에서 사용되고 있는 것들이다. 국사편찬위원장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 조국의 민주개혁과 평화적 통일의 사명”을 천명한 대한민국 헌법정신에 부합하는 역사인식을 지닌 인사로 선임되어야 한다. 헌법정신과 배치되는 역사인식을 지닌 인사, 정치적으로 지극히 편향되고 낡은 사고에 집착하는 단체의 유영익 고문을 국사편찬위원장으로 내정한 것은 합리성과 상식을 모두 저버린 부당한 처사이다. 자신이 세운 동상이 국민들에 의해 무너지고 국외로 망명하는 순간 이승만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일단락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찬양하는 인사가 국사편찬위원회의 책임자가 되어 역사자료 수집, 서술, 교육에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면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것이 아닌가. 우리는 국사편찬위원회의 책임자로 학계의 신망을 얻고 있는 인사를 기대한다. 백보 양보하여, 극단적으로 편향된 이념적 사고틀에 갇힌 인사만은 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한국현대사학회 유영익 고문의 국사편찬위원장 내정을 철회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2013년 6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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