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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전시 소개] 국립춘천박물관: 모란, 당신은 안녕安寧 하신가요?_이철호

작성자 한국역사연구회 BoardLang.text_date 2022.06.06 BoardLang.text_hits 21,200
웹진 '역사랑' 2022년 6월(통권 30호)

[박물관 전시 소개] 

 

모란, 당신은 안녕安寧 하신가요?


- 국립춘천박물관 개관 20주년 기념 <안녕安寧, 모란> 순회특별전


 

이철호(국립춘천박물관)


 

안녕, 모란!

만개한 벚꽃으로 봄의 생명력을 느꼈다면 이제 모란을 통해 봄의 강렬한 색감과 화려함을 느낄 차례다. 모란은 매우 화려하여 예로부터 꽃 중의 왕[花中王]으로 여겨졌다. 부귀, 영화, 출세 등을 상징하는 모란은 중국 당나라에서 전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려시대에는 정원화로 가꿔져 애용되었고 조선시대에는 왕의 권위를 상징하여 왕실 공간을 장식하는데 적극적으로 활용되었다.

국립춘천박물관은 개관 20주년 기념 <안녕安寧, 모란> 순회특별전을 개최하여 우리나라 모란의 모습을 한 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게 하였다. 이번 전시에서 부귀와 영화의 상징으로서 풍요를 염원했던 대상인 모란은 물론 조선시대 왕실의 권위와 위엄을 강조하는데 사용되었던 모란의 모습까지 살필 수 있어 ‘모란’의 다양한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어린이박물관 열린전시실(사진1)과 전시관(본관) 기획전시실(사진2)의 분위기를 달리하여 모란의 다양한 쓰임새와 의미를 강조하였다.

[caption id="attachment_9623" align="aligncenter" width="4032"]사진 1. 어린이박물관 열린전시실 전경[/caption]

[caption id="attachment_9624" align="aligncenter" width="4032"]사진 2. 전시관(본관) 기획전시실 전경[/caption]

1802년, 문이 열리다.

열린전시실에선 모란에 대한 과거 사람들의 애호를 살펴볼 수 있다. 사람들은 모란을 그리거나 무늬로 피어내 부귀평안과 장수를 바랬다. 또, 인생의 가장 기쁜 순간인 혼례에는 늘 모란이 함께하여 화합, 번창, 행복을 기원한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조선시대에는 모란그림을 병풍[牧丹圖屛風]으로 제작하여 의례에 사용하는 것은 물론 공간을 장식하는 용도로도 사용하였고 이는 민간에도 전해져 특별한 행사에는 어김없이 ‘모란도병풍’이 펼쳐졌다.

조선시대 왕실의 생활공간을 꾸민 모란도병풍의 모습은 이이순李頤淳(1754-1832)의 기록(『후계집後溪集』, 「대조전수리시기사大造殿修理時記事」)을 통해 살필 수 있다. 이것은 1802년 순조(재위 1800-1834)와 순원왕후(1789-1857)의 가례를 앞두고 창덕궁 대조전을 수리한 기록으로 침전을 어떻게 장식했는지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어 외부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화려하게 장식된 침전의 내부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국립춘천박물관은 이번 전시에서 이이순의 기록을 바탕으로 1802년 창덕궁 대조전의 모습을 3D 영상으로 재현하였다(사진 3). 기록에 따르면 《모란도병풍》은 침전의 동쪽 벽면을 장식하였다. 《모란도병풍》 이외에도 《금병풍[금전병金箋屛]》과 《요지연도10첩병풍》, 《구추봉도》 등 다양한 병풍을 배설하여 대조전을 화려하게 꾸민 모습을 살필 수 있다. 이를 통해 모란이 궁궐의 실내 공간을 꾸미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음을 보여준다.

[caption id="attachment_9625" align="aligncenter" width="4032"]사진 3. 1802년 창덕궁 대조전 재현 3D 영상[/caption]

[caption id="attachment_9626" align="aligncenter" width="3024"]사진 4. 모란도2폭장지[/caption]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하다.

모란의 화려함과 부귀를 상징하는 의미 때문에 주로 가례에 사용된 것으로 생각할 수 있으나, 조선 왕실의 흉례와 길례에도 어김없이 ‘모란도병풍’이 배설되어 엄숙한 의식이 이루어지는 공간을 장엄하였다. 왕의 흉례와 길례 시 ‘모란도병풍’은 일월오봉도 뒤에 위치하여 망자를 수호하고 나아가 왕실과 나라의 안위와 안녕을 빌었다. 기획전시실에서 ‘모란도병풍’은 왕을 상징하는 일월오봉도 뒷쪽 벽면을 가득 채워 조선시대 왕실의 엄숙한 의례의 현장으로 들어온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조선시대 기록을 살펴보면 왕세자나 왕세자빈의 흉례 시 혼궁魂宮의 당가唐家나 열성어진列聖御眞을 모신 선원전璿源殿 등에는 장지[障子] 형태로 고정된 상태의 모란도를 설치하였다. 병풍은 이동과 설치가 용이하여 일상 공간을 의례 공간으로 탈바꿈시키지만 장지는 건물 벽면에 부착되어 영원불멸한 성소를 구축하게 된다.

장지형태의 모란도는 전시에서 관람하기 어려웠으나 국립춘천박물관은 이번 전시를 위해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모란도2폭장지》를 보존처리하여 최초 공개한다(사진4). 《모란도2폭장지》는 제작 당시 원형을 잘 간직하고 있으며, 현전하는 궁중 모란도 가운데 처음으로 설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것으로 주목된다. 그림의 특징과 남아있는 자료를 근거로 추정한다면 《모란도2폭장지》는 경복궁 선원전 협실에 설치되었으며, 1900년 선원전 증축 당시 모란도가 교체되지 않았기 때문에 경복궁 선원전이 영건된 1867년 전후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안녕, 모란

모란이 피어나는 이 시기, 국립춘천박물관 개관 20주년 순회특별전 <안녕安寧, 모란>은 모란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안녕安寧을 물어본다. 옛 사람들에게 모란은 감상의 대상이자 부귀와 번영을 가져다주는 존재였으며, 이를 그림과 무늬로 담아내었다. 사람들은 살아있는 사람에게는 영화를, 고인이 된 내 가족에게는 내세의 편안함을, 남아있는 사람들에게는 영원한 안녕을 바라는 간절함을 모란에 담아 염원하였다. “안녕, 모란”은 서로에게 안부를 물으며 건내는 인사이며 우리 모두의 안녕安寧을 비는 주문이기도 하다. 서로간의 거리가 좁혀지지 못한 채 유독 힘든 나날이 이어지고 있는 지금 모란, 그 크고 화려한 꽃송이에 서로의 안녕과 앞으로 행복한 나날을 기원해 보는 것은 어떨까?

전시명 : 국립춘천박물관 개관 20주년 기념 순회특별전 ‘안녕安寧, 모란’
전시기간 : 2022. 05. 17. - 2022. 07. 17
장소 : 국립춘천박물관 어린이박물관 2층 열린전시실, 전시관(본관) 2층 기획전시실
주관 : 국립춘천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