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으로 뻗은 기둥, 마선구1호분 벽화 전호태(울산대 역사문화학과) 어떤 이는 기둥은 받치기 위해 세워진다고 말한다. 또 어떤 이는 기둥은 서로 다른 두 세계를 잇기 위해 존재한다고 말한다. 건축학도는 앞의 말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겠지만 종교학도는 뒤의 말에 보다 관심을 나타낼 것이다. ‘기둥’이라는 부재와 개념은 건축술의 발전과정에서 나타나고 성립하였을 것이나, 어쩌면 기둥의 출현과 동시에 그것의 역할과 의미에 대한 규정은 실재의 기능과 형태를 크게 벗어났을지도 모른다. 중국 길림성 집안현에 자리잡고 있는 마선구1호분은 집안권 고구려 벽화고분 가운데에 가장 출현시기가 이른 무덤에 속한다. 좌우에 곁방이 있는 앞방과 정방형에 가까운 널방을 지닌 두방무덤으로 무덤의 방향은 북쪽으로 15° 치우친 서향이다. 앞방 오른쪽 곁방의 천장은 변형궁륭고임식, 왼쪽 곁방 천장은 삼각고임식, 널방 천장은 궁륭고임으로 각각 다르게 처리되었다. 널방 입구에 두 짝의 돌문을 달았으며, 널방 한가운데에 둥근 돌기둥을 세워 천장에 닿게 하였다. (그림1) 마선구1호분 측면도 1962년 가을부터 다음 해 봄에 걸친 발굴조사 당시 널방 좌우 바닥에 쌓은 2개의 돌관대가 확인되었다. 무덤 안의 벽과 고임 뿐 아니라 기둥, 관대, 바닥에도 회를 발랐으며, 널길 및 앞방, 널방 벽과 널방 관대의 백회층 위에는 그림을 그렸다. 벽화의 주제는 생활풍속이다. 널길 벽에 표현된 것은 연꽃, 구름, 마름모꼴 무늬를 적절히 배합한 장식무늬이다. 앞방의 좌우 곁방의 경우, 벽 모서리에 기둥과 두공, 도리를 그려 무덤의 내부 공간이 목조 저택의 내부처럼 느껴지도록 한 뒤, 분할된 개별 공간에 기능적 건물의 모습이나 행사장면을 묘사함으로써 무덤주인의 생전 생활이 재현되도록 하였다. 오른쪽 곁방 벽면에 배치된 사냥장면은 비록 현재는 그 일부만 모사선화로 전하지만 집안권 초기 및 중기 벽화 특유의 힘 있는 필치로 박진감 넘치게 그려졌다. 사냥도 곁에는 두 채의 기와건물이 묘사되었다. 천장고임은 연꽃무늬로 장식되었다. 왼쪽 곁방 벽면에 그려진 것은 다락창고와 용도를 알 수 없는 건물들, 구름, 새 등이다. 다락창고는 고구려인이 집과 함께 그 곁에 지었다고 하는 桴京으로 지금도 집안일대에서 벽화에서와 같은 형태의 건물이 지어지고 사용된다. 다락창고 아래에 표현된 기구는 발방아의 일종, 혹은 織機의 한 종류로 추정되고 있다. 왼쪽 곁방 천장고임을 장식하고 있는 것도 오른쪽 곁방에서와 같이 연꽃무늬이다. 널방 벽면에는 시종들을 거느린 무덤주인부부, 말과 사람 모두 갑옷과 투구로 완전무장한 鐵騎 1기, 두 사람의 무용수가 춤추는 모습 등이 표현되었다. 널방 천장고임 역시 연꽃무늬로 장식되었다. 널방의 돌관대는 호랑이 가죽무늬로 장식되었다. 마선구1호분 벽화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왼쪽 곁방에 표현된 기둥들이다. 다락창고를 받치고 있는 기둥들도 그러하지만 도식적이면서도 소박한 양식으로 그려진 구름과 새, 산을 나타내려는 듯한 연속 삼각형 무늬, 그 아래 2쌍의 이중 세로 선들에 의해 분할된 두 개의 공간, 비교적 넓은 위의 공간에 일정한 간격마다 세로로 굵게 그어 내려간 두 개의 선들, 상대적으로 좁은 아래 공간에 일정 간격으로 내려 그어진 굵은 선들. 두 공간의 굵은 세로 선들이 화면 구획을 위한 선들이 아니라면 조사보고자들도 언급하였듯이 이 굵은 선들은 기둥을 나타낸 것임이 거의 확실하다. (그림2) 마선구1호분 오른쪽 곁방 벽화: 다락창고, 용도를 알 수 없는 건물들 문제는 이들 기둥의 용도와 정체이다. 회랑식 건물의 기둥들인가. 기념비적 대형건축물의 기둥들인가. 혹 기둥만으로 어떤 건축물을 나타내려고 했는가. 아니면 기둥이 표현된 뒤, 건축물의 묘사가 더 진행되지 못한 결과인가. 고대 중국에 전해지던 창조신화의 주인공 여왜는 神 공공이 하늘을 받치던 기둥을 쳐서 부러뜨리자 동해 큰 거북의 다리를 잘라 그것으로 대신 하늘을 받치도록 하였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고대 중국인들 가운데에는 자신이 사는 세계를 하늘을 지붕으로, 땅을 바닥으로 삼은 거대한 건축물의 일부, 건물 안의 공간으로 인식하는 이들도 있었음을 시사한다. 머리에 눈을 이고 있는 거대한 산들이 하늘과 땅을 나누면서 잇는 존재, 하늘과 땅 사이에 사람과 만물이 사는 공간을 유지시켜 주는 이른바 ‘하늘기둥’으로 해석된 연유를 알게 하는 부분이다. 마선구1호분 널방 벽화 속의 커다란 구름무늬와 작게 그려진 새들은 산을 연상케 하는 연속 삼각형 무늬 위의 공간이 크기를 가늠할 수 없는 무한한 공간, 곧 하늘세계임을 짐작하게 한다. 그렇다면 삼각형 무늬 아래의 세계는 지상공간일 것이다. 널방 한 가운데에 세워진 돌기둥이 고분이라는 우주적 규모의 공간을 유지하기 위한 실제적, 상징적 장치이듯이 화면 속의 이 수많은 기둥은 지상에 존재하는 크고 작은 수많은 건물과 그 속의 공간, 다양한 인간세계를 나타내려는 상징적이자 직접적인 표현인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