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이야기] 우리나라 최초의 담배 백과사전:『연경(烟經)』

BoardLang.text_date 2006.08.23 작성자 이영학
우리나라 최초의 담배 백과사전:『연경(烟經)』(제9회)

『연경(烟經)』은 우리나라 최초의 담배 백과사전이다. 이 책은 이옥(李鈺, 1760~1815)이 1810년에 쓴 책이다. 한자로 쓰여졌으며, 1권 2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은 앞에 서론이 있고, 본문의 내용은 크게 넷으로 나누어져 있다. 서론에는 필자가 책을 쓰게 된 동기를 적었고, 본문은 네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부분은 담배경작의 방법과 담배를 심어서 수확하기까지의 과정을 17항목으로 나누어 서술하였다. 둘째 부분은 담배의 원산지와 전래 경위, 담배의 성질과 담배의 종류, 담배잎을 제조해서 피우는 방법 등을 19항목으로 나누어 기술하고 있다. 셋째 부분은 담배와 관련된 여러 가지 도구들, 즉 담배잎을 써는 작두․담뱃대․담배 주머니․담배 보관함 등을 12항목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넷째 부분은 흡연의 효용성과 흡연법, 흡연의 예절 등 흡연문화나 담배를 피우는 멋을 10항목으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다.

『연경(烟經)』을 쓰게 된 동기

저자는 서론에서 책을 쓰게 된 동기를 적고 있다. 서론을 요약해서 옮기면 다음과 같다.

“옛 사람은 일상생활이나 음식 등에 관한 사항을 반드시 기록으로 남겼다. (중략)

(선조들의 책을 통해서) 옛 사람들은 한 가지 좋은 점이라도 기록할만한 가치가 있는 사물이라면, 그 사물이 미미하다고 해서 버리는 일이 없었음을 알 수 있다. 그리하여 하나같이 감춰진 사실을 뒤져 모으고, 간직된 사실을 밝게 드러내어, 정리하여 책으로 만들어 후세에 알렸던 것이다. 수 많은 사물을 대신하여 주변의 사소한 사물을 드러내어 천하와 후세에 공개적으로 사용하게 하니, 저분들의 마음씀이 어찌 한 때의 붓장난에서 나온 것이랴? (중략)

우리나라에 담배가 들어온 지도 200년이나 되었다. (중략) 200여 년 동안에 문자로 기록한 책이 당연히 있을 법도 하건만, 담배에 대해 기록한 저술가가 있다는 소문을 들은 바가 없다. 담배가 보잘 것 없는 물건이고, 흡연이 중요치 않은 일이라서 붓을 휘둘러 저술하는 일이 불필요하다고 여겨 그런 것인가? 그렇지 않다면, 저술이 있는데도 내가 아직 보지 못한 소치이므로, 고루하고 좁은 나의 지식을 부끄러워해야 할 것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담배가 나온 지 오래지 않아 아직 기록할 시간적 여유가 없기 때문에 후세인이 저술하도록 남겨둔 것인가?

나는 담배에 대한 벽(癖)이 심하다. 담배를 아끼고 즐겨서 남들의 비웃음을 두려워 않고 망령을 부려 저술을 한다. 소루하고 거칠어서 숨은 사실을 드러내고 비밀을 밝혀내기에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기록하려는 의도는 위에 설명한 주록(酒錄)․화보(花譜)의 부류와 가깝다고 할 것이다.”

선조들이 일상생활이나 음식 등에 관한 사항을 기록으로 남겼듯이, 저자도 당시 사회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었던 담배에 대하여 자신이 알고 있거나, 조사한 사항을 모두 기록하고자 한 것이었다.

『연경(烟經)』의 내용

본문의 내용을 주요 목차에 따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연경 서(序) -- 경오년(1810) 매미가 우는 달(5월) 하완(下浣)에 화석산인(花石山人)이 제(題)하다.

연경 일(一)

소서(小序): 담배 농사의 의의를 밝힌 글

1. 수자(收子): 담배씨의 선택과 보관

2. 살종(撒種): 담배 밭의 땅고르기와 씨의 파종

3. 와종(窩種): 구덩이를 파고 담배씨를 심는 방법

4. 행묘(行苗): 한 치 정도 자란 싹을 옮겨 심는 방법

5. 옹근(壅根): 옮겨 심은 지 10일 된 담배의 뿌리를 북돋는 일

6. 개근(漑根): 담배 줄기에 오줌을 한 차례 주는 일

7. 하약(下藥): 회와 닭똥 등을 섞어 거름주기

8. 척순(剔筍): 순을 쳐주기

9. 금화(禁花): 꽃이 피는 것을 막는 과정

10. 제충(除蟲): 해충의 제거

11. 신화(愼火): 담배에 생기는 전염병인 화병(火病)의 방지책

12. 편엽(騙葉): 영(影, 담배잎 가운데 가장 밑에 있는 것)을 제거하기

13. 채엽(采葉): 담배 잎 따기

14. 편엽(編葉): 담배 잎 엮기

15. 포엽(暴葉): 햇볕 아래 담배 잎 말리기

16. 쇄엽(曬葉): 지붕 위에 이슬을 맞히며 사흘 동안 말리기

17. 엄근(罨根): 담배 뿌리를 토굴 속에 보관하기

연경 이(二)

소서(小序): 담배의 유래와 사용법을 알아야 할 필요성을 제기한 글

1. 원연(原烟): 담배가 필리핀에서 중국에 전래된 유래

2. 자연(字烟): 담배를 뜻하는 한자 어휘

3. 신연(神烟): 담배와 관련한 전설

4. 공연(功烟): 담배의 효과

5. 성연(性烟): 담배의 성질

6. 기연(嗜烟): 애연가

7. 품연(品烟): 조선산 담배의 종류

8. 상연(相烟): 담배 품질의 감별법

9. 변연(辨烟): 모조품 담배의 감별법

10. 교연(校烟): 담배값의 비교

11. 보연(輔烟): 굳거나 오래 보관한 담배의 맛을 보강하는 방법

12. 손연(噀烟): 담배에 수분을 가해 부드럽게 만드는 방법

13. 포연(鋪烟): 담배 잎을 펴는 방법

14. 좌연(剉烟): 담배 잎을 써는 방법

15. 저연(儲烟): 담배 잎을 보관하는 방법

16. 짐연(斟烟): 갑에 담배를 채우는 법

17. 착연(着烟): 담배에 불을 붙이는 법

18. 흡연(吸煙): 담배를 피우는 법

19. 통연(洞烟): 색다르게 푸는 방법인 연통연(烟洞烟)의 소개

연경 삼(三)

소서(小序): 담배를 피우는 도구가 필요한 이유를 설명한 글

1. 연도(烟刀): 담배를 써는 작두와 칼

2. 연질(烟質): 써는 데 따른 담배의 품질

3. 연배(烟杯): 담뱃통의 재질과 모양

4. 연통(烟筒): 담뱃대의 종류와 모양, 길이

5. 연낭(烟囊): 담배 주머니의 제작법과 종류

6. 연갑(烟匣): 답배갑의 산지와 종류

7. 연합(烟盒): 답배를 보관하는 합(盒)

8. 화로(火爐): 담뱃불을 붙이는 데 쓰는 화로

9. 화저(火筯): 불쏘시개

10. 화도(火刀): 부쇠의 종류

11. 화용(火茸): 부쇠로 불을 붙이는 물건

12. 연대(烟臺): 담뱃재를 담는 도구

연경 사(四)

소서(小序): 담배를 피우는 데에도 사리가 있음을 설명

1. 연용(烟用): 담배의 효용 7가지

2. 연의(烟宜): 담배를 피우기 좋은 상황 16가지

3. 연기(烟忌): 담배를 피워서는 안되는 상황 16가지

4. 연미(烟味): 담배 맛을 돋우는 상황 5가지

5. 연오(烟惡): 품위 없이 담배를 피우는 모습 6가지

6. 연후(烟候): 흡연을 통해 시간을 측정하는 법

7. 연벽(烟癖): 애연가

8. 연화(烟貨): 담배의 상품과 구입

9. 연취(烟趣): 담배를 피우는 최상의 멋진 장면 5가지

10. 연류(烟類): 담배를 피우는 다양한 방법

이와 같이 이 책은 담배의 다양한 측면과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아울러 담배에 관한 재미난 이야기들을 많이 수록하고 있다.

이 책은 기존에 전해내려 오는 이야기를 정리하기도 하였다. 예를 들면 담파고의 어원에 관한 것인데, 연경 2의 ‘3. 신연(神烟)’에서

어떤 자가 담배를 담파고(痰破膏)라고 하나 이는 그릇된 것이다. 남만의 여자 담박귀(淡泊鬼)란 자가 있는데, 그 남편이 병들었지만 약을 얻을 수가 없었다. 그 여자가 남편을 따라 죽으면서 맹서하기를, “약이 되어서 병자를 구하기 원한다”고 하였다. 이것이 연제녀(烟帝女)의 화담초(化담艸)가 되었다.

라고 전래해 오는 이야기를 적고 있다.

연경 2의 ‘6 기연(嗜烟)’에서는 애연가의 사연을 기록하였다.

담배가 처음 들어왔을 때 한담(韓菼)이 매우 좋아하였다. 어떤 자가 물었다. “술과 밥, 담배 가운데 부득이 꼭 버려야 할 것이 있다면 셋 중에서 무엇을 먼저 버리겠소?” “밥을 버려야지요.” 또 물었다. “부득이 이 둘 중에서 버려야 할 것이 있다면 무엇을 먼저 버리겠소?” “술을 버려야지요. 술과 밥은 없어도 되지만 담배는 하루라도 없을 수 없소.”

이 애연가가 담배를 너무 좋아하여 끊을 수 없음을 묘사하고 있다.

문학적 기술은 연경 4에서 많이 소개하고 있다.

담배의 효용을 적은 ‘1.연용(烟用)’에서는 담배를 피우면 좋을 상황들을 문학적으로 잘 기술하고 있다.

1) 밥 한 사발 배불리 먹은 후 입에 마늘내와 비린내가 남아 있을 때, 바로 한 대 피우면 위(胃)가 편해지고 비위가 회복된다.

2) 일찍 일어나 아직 양치질을 하지 않아서 목에 가래가 끓고 침이 탁할 때, 바로 한 대 피우면 씻은 듯 가신다.

3) 시름은 많고 생각은 어지러우며, 하릴없이 무료하게 지낼 때, 천천히 한 대 피우면 술과 같이 가슴을 씻은 둣하다.

4) 술을 너무 많이 마셔 간에 열이 나고 폐가 답답할 때, 급히 한 대 피우면 답답한 기운이 그대로 풀린다.

5) 큰 추위에 얼어붙어 수염에도 얼음이 맺히고 입술이 뻣뻣할 때, 몇 대를 연거푸 피우면 뜨거운 탕을 마신 것보다 낫다.

6) 큰 비에 눅눅하여 자리와 옷에 곰팡이가 필 때, 여러 대를 피우면 기분이 밝아져서 좋다.

7) 시구를 생각하느라 수염을 비비꼬고 붓을 물어뜯을 때, 특별히 한 대 피우면 연기를 따라 시가 절로 떠오른다.

‘1.연용(烟用)’에서는 담배를 피우는 효용성이 적절하게 묘사되고 있다.

‘3. 연기(烟忌)’에서는 담배를 피워서는 안되는 16가지 상황을 묘사하고 있다.

1) 어른 앞에서는 안 된다.

2) 아들이나 손자가 아버지나 할아버지 앞에서는 안 된다.

3) 제자가 스승 앞에서는 안 된다.

4) 천한 자가 귀한 자 앞에서는 안 된다.

5) 어린 자가 어른 앞에서는 안 된다.

6) 제사 때는 안 된다.

7) 대중들이 모인 곳에서 혼자 피우는 것은 안 된다.

8) 다급한 때는 안 된다.

9) 곽란이 들어서 신 것을 삼킬 때는 안 된다.

10) 몹시 덥고 가물 때는 안 된다.

11) 큰 바람이 불 때는 안 된다.

12) 말 위에서는 안 된다.

13) 이불 위에서는 안 된다.

14) 화약이나 화약창고 앞에서는 안 된다.

15) 매화 앞에서는 안 된다.

16) 기침병을 앓는 병자 앞에서는 안 된다.

예절을 엄히 차려야 할 일체의 장소에서는 안 된다. 화재가 염려되는 곳에서는 안 되고, 연기를 금하는 곳에서는 안 되고, 재채기하거나 넘어지는 것을 금하는 곳에서는 안 된다.

담배가 처음 전래된 16세기 말 17세기 초에는 남녀노소 귀천을 막론하고 담배를 마구 피웠는데, 17세기 후반 이후 주자학적 질서가 강화되면서 흡연에 대한 예의가 강화되었다.

‘4. 연미(烟味)’에서는 담배가 맛있는 경우를 실감나게 묘사하였다.

ㆍ책상을 앞에 두고 글을 읽는데, 중얼중얼 반나절을 읽으면 목구멍이 타고 침이 마르는데, 먹을 것이 없다. 글 읽기를 마치고 화로를 당겨 담뱃대에 불을 붙여 한 대를 조금씩 피우면 달기가 엿과 같다.

ㆍ대궐의 섬돌 앞에서 임금님을 모시고 있는데, 엄숙하고도 위엄이 있다. 입을 닫은 채 오래 있다보니 입맛이 다 떨떠름하다. 대궐문을 벗어나자마자 급히 담뱃갑을 찾아 서둘러 한 대 피우면 오장육부가 모두 향기롭다.

ㆍ길고 긴 겨울밤 첫 닭 울음소리에 잠에서 깨었다. 이야기 나눌 사람도 없고, 할 일도 없다. 몰래 부싯돌을 두드려 단박에 불씨를 얻어 이불 속에서 느긋하게 한 대 조용히 피우면, 빈방에 봄이 피어난다.

ㆍ도성 안에 햇볕은 뜨겁고 길은 비좁은데, 어물전 저자거리 도랑 뒷간에서 온갖 악취가 코를 찔러 구역질이 난다. 서둘러 친구 집을 찾았더니 채 인사를 나누지도 않았는데 주인이 담배 한 대를 권한다. 갑자기 갓 목욕을 하고 나온 듯하다.

ㆍ산골짜기의 쓸쓸한 주막에 병든 노파가 밥을 파는데, 벌레와 모래를 섞어 찐 듯하다. 반찬은 짜고 비리며, 김치는 시어 터졌다. 그저 몸 생각하여 억지로 삼키고 토하려는 것을 참자니, 위가 얹혀 먹은 것이 내려가지 않는다. 수저를 놓자마자 바로 한 대를 피우니, 생강과 계피를 먹은 듯하다. 이 모든 경우는 당해본 자만이 알리라.

맛있게 담배를 피울 수 있는 경우를 생생하게 그려 놓았다. 저자가 골초이면서 애연가로 경험하였기 때문에 생생하게 그릴 수 있으리라 여겨진다.

‘5. 연오(烟惡)’에서는 담배 피우는 것이 미울 때를 묘사하였다.

ㆍ어린 아이가 한 길 되는 담뱃대를 입에 문 채 서서 피다가, 또 가끔씩 이빨 사이로 침을 뱉는다. 가증스러운 놈!

ㆍ규방의 다홍치마를 입은 부인이 낭군을 마주한 채 유유자적 담배를 피운다. 부끄럽다!

ㆍ젊은 계집종이 부뚜막에 걸터앉아 안개를 토해내듯 담배를 피워댄다. 호되게 야단맞아야 한다.

ㆍ시골 사람이 다섯 자 길이의 백죽 담배통에 가루와 잎을 넣고 침을 뱉어 섞은 다음, 불을 당겨 몇 모금 빠니 벌써 끝이다. 화로에 침을 퉤 뱉고는 앉은 자리에 재를 덮어버린다. 민망하기 짝이 없다.

ㆍ망가진 패랭이를 쓴 거지가 지팡이와 길이가 같은 담뱃대를 들고서, 길 가는 사람을 가로막고 한양의 종성연(鍾聲烟) 한 대를 달랜다. 겁나는 놈이다.

ㆍ대갓집 종놈이 짧지 않은 담뱃대를 가로 물고 그 비싼 서초(西草)를 마음껏 태우는 데, 그 앞을 손님이 지나가도 잠시도 피우기를 쉬지 않는다. 몽둥이로 내리칠 놈!

당시의 신분을 무시하면서 담배를 피우는 장면을 리얼하게 묘사하였다.

(주: 이 글은 안대회, 2003 「이옥(李鈺)의 저술 ‘담배의 경전[烟經]’의 가치」『문헌과 해석』24 를 요약하여 작성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