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몽고 답사기 #1] : 북방민족의 흔적을 찾아서①

BoardLang.text_date 2014.09.17 작성자 이충선

[2014년 여름 내몽고 답사기 #1]


북방민족의 흔적을 찾아서①: 답사 첫째 날과 둘째 날

이충선(중세1분과)

  지난 7월 1일부터 8일까지 7박8일의 일정으로 내몽고 일대를 답사하고 왔습니다. 이번 답사는 우연에 의해서 기획된 답사였습니다. 작년 2013년에 대학원 수업에서 고려시대와 관련된 중국 측 사료를 읽으면서 우발적으로 한번 가보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되었고 진짜로 실행되었습니다. 막상 따라가면서도 ‘정말 가는 건가?’ 하는 생각이 출국직전까지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지도교수님이신 안병우 선생님께서 기획하신 답사라 제자인 제가 직접 답사를 준비했어야 했는데 작년 겨울에 고질적인 허리디스크로 결국 수술까지 하고 드러누워 버려서 답사준비에 관해 저는 아무 준비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저 몸만 따라간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이 너무 큰 답사였습니다. 또한 실제 준비와 진행을 한 다른 원생들에게도 미안한 마음이 컸습니다.


   처음에는 저희 학교 선생님들과 학생들만 가려고 했었습니다. 그러다 올해 이화여대로 대학원을 진학한 졸업생과 연결이 되면서 이화여대의 김영미 선생님과 대학원생 분들도 참여하였습니다. 그래서 총 14명의 인원으로 답사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 계획한 일정은 아래의 왼쪽 표와 같았습니다. 하지만 실제 답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여러 변수가 생기면서 일정이 조정되고 약간의 변동이 있게 되었습니다. 아래의 오른쪽 표에 보이듯 일정이 변경되게 된 이유는 도로 상황이 좋지 못해 생각보다 시간을 많이 지체하게 된 것과, 박물관 전시 시간을 예상 못한 점이었습니다. 이동거리가 길고 숙소 또한 문제였기 때문에 일정을 일부 수정하면서 움직였습니다. 아래의 [그림 1]은 저희가 내몽고 지역을 답사한 경로를 간략히 보여주는 그림입니다.


[그림 1]  답사 코스 지도  ⓒ이충선


   저희는 7월 1일에 김포공항에서 모여 9시에 출국하여서 10시에 베이징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입국수속을 마치고 바로 대절한 버스에 올라 첫 번째 코스였던 열하의 피서산장으로 이동했습니다. 북경에서 승덕까지 대략 2시간이 넘는 거리를 고속도로를 타고 달려서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피서산장에 들어가기 전에 우선 점심을 해결하고 도착한 시간은 오후 2시 30분이 넘은 시간이었습니다.



[사진 1]  피서산장 입구  ⓒ이충선


   피서산장은 허베이성(河北省) 청더시(承德市, 승덕시) 솽차오구(雙橋區, 쌍교구)에 소재하는 현존 중국 최대 황가 정원으로 청(清) 황제의 여름 궁전입니다. 잘 알려진 박지원의『열하일기』에서는 연암이 조선을 출발하여 이곳에 도착한 후 건륭제를 만나는 과정이 나타나 있기도 합니다.


   피서산장은 피서별궁과 열하행궁으로 불렸습니다. 총 면적은 5,460㎢, 주위의 성벽은 10㎞입니다. 강희제 이래 청 황제들이 여름 피서와 정무를 보던 행궁으로 매년 3~4개월을 이곳에서 체류하였다고 합니다. 또한 산장 정궁의 남문(午門)에 걸려있는 '피서산장'이라는 현판은 강희제가 직접 쓴 것이라고 합니다.



[사진 2]  피서산장 안내도  ⓒ이충선



[사진 3]  피서산장 오문(午門)  ⓒ이충선


   피서산장은 그 규모를 보면 최소한 하루의 시간을 들여서 봐야 할 것 같지만 저희의 일정상 2시간 남짓한 시간밖에 보지 못하였습니다. 여정문을 거쳐서 정궁을 지나고 중간에 호수를 건너 영우사탑 까지 보고 숙소로 이동해야만 했습니다. 사실 답사의 목적이 고려시대와 관련된 북방 왕조에 집중되다 보니 청나라 시대의 유적은 조금 훑어보며 지나간 감이 있어 내심 아쉬웠습니다. 


   영우사탑을 마지막으로 피서산장에서 6시가 넘은 늦은 시간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숙소는 그리 먼 거리가 아니었지만 저녁에 내린 비로 인해 나가지는 못하고 숙소에서 중국에서의 첫날을 지내게 되었습니다.



[사진 4]  피서산장 정궁  ⓒ이충선



[사진 5]  정궁안의 편액 담박경성(澹泊敬誠)  ⓒ이충선



[사진 6]  피서산장  ⓒ이충선



[사진 7]  영우사탑  ⓒ이충선


   2일째 아침 9시에 숙소에서 출발해서 요(遼)나라 중경(中京) 유적으로 향했습니다. 가는 길 중간에 내려 저희가 어제 피서산장에서 시간상 보지 못했던 소포탈라궁인 보타종승지묘를 멀리서 구경하는 것으로 일정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건륭제가 어머니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지었다는 티베트 사원으로 피서산장의 북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포탈라궁을 축소해서 만든 사원이라고 합니다.



[사진 8]  피서산장 보타종승지묘  ⓒ이충선


   피서산장을 떠나 중경(中京) 유적에 도착한 시간은 12시 즈음이었습니다. 점점 북쪽으로 올라갈수록 도로상태가 좋지 못해 예상했던 것보다 일정이 어긋나기 시작한 것도 이 때부터였습니다. 내비게이션이 있긴 하였지만 그것마저 정확하지 못해 길을 헤맨 것도 여러 번이라 시간이 지체되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사진 9]  대명탑 주변 풍경  ⓒ이충선



[사진 10]  요 중경성 평면도  ⓒ이충선



[사진 11]  대명탑  ⓒ이충선


   입구 근처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대명탑에 들어선 것은 오후 1시 반 정도가 되었을 때였습니다. 대명탑은 [사진 10]의 평면도에 나오듯 내성의 바로 남쪽에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요 중경성은 주변 둘레가 15km에 이르는 거대한 성입니다. 성의 유적지는 3중으로 되어 있는데 외성 · 내성 · 황성으로 되어 있습니다. 저희가 그날 본 것은 대명탑과 옆에 자리 잡고 있는 박물관 그리고 내성의 남문인 양덕문(陽德門)이었습니다. 지금은 그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지만 양덕문에서 외성의 남문인 주하문(朱夏門)까지의 거리가 약 1.4km 정도였다고 하니 그 규모가 엄청났다는 것을 짐작케 합니다. 내성의 안쪽으로는 현재 옥수수 밭이 넓게 펼쳐져 있어 당시의 흔적을 전혀 알 수 없었습니다.


   대명탑은 8각 밀첨식 전탑구조의 높이가 80m인 탑으로 중국의 고탑(古塔) 중에서 두 번째로 높은 탑이라고 합니다. 실제로도 그 크기에 압도될 정도였습니다. 탑좌 위에는 매 변의 중간에 벽돌로 '卍' 자를 장식해 놓았습니다. 그리고 그 위에는 불상이 부조되어 있었는데 각 면마다 각각의 보살 등을 부조하였습니다. 각 면의 중앙에 좌불이 있으며, 비천과 역사 등이 조각되어 있었습니다.



[사진 12]  대명탑에 새겨진 여러 부조  ⓒ이충선


   대명탑 유적에는 박물관이 하나 있습니다. 여기는 상시적으로 개방을 하는 것은 아니고 관람객이 올 때에만 전시관을 개방하는 곳이라 급하게 들어가서 봐야만 했습니다. 이곳에는 요나라 중경성과 관련된 유적과 더불어 이 지역에서 발굴된 청동기 시대 유적들도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사진 13]  중경성 박물관 입구  ⓒ이충선



[사진 14]  중경성 박물관 내 전시된 유물들  ⓒ이충선


   박물관을 나와서 탑을 둘러본 후의 일정은 바로 영성에서 숙소가 있는 적봉으로 이동하는 것이었지만 여기까지 왔으니 내성의 정문인 ‘양덕문’까지는 보고 가자는 선생님들의 의견에 따라 탑이 등지고 있는 내성을 따라 움직였습니다.



[사진 15]  중경성 내성벽  ⓒ이충선


   성벽은 현재 토성처럼 남아있었습니다. 하지만 가까이서 보면 겉면에 벽돌을 사용한 흔적이 남아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사진 15]의 오른쪽 사진에서 성벽을 기준으로 대명탑이 남쪽이 있고 대명탑 방향으로 성벽을 따라가면 정문인 양덕문이 있었습니다. 다만 성벽을 따라 대략 20여분을 걸어가야 한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사진 16]  중경성 내성 전경  ⓒ이충선



[사진 17]  양덕문(陽德門) 유지  ⓒ이충선



[사진 18]  중경성 소탑(小塔)  ⓒ이충선


   양덕문에 도착했을 때는 성문의 흔적을 없고, 성벽으로 보이는 언덕위에 [사진 17]과 같은 표지석만이 있었습니다. 양덕문을 시작으로 있었을 대도(大道)에는 현재 중국의 시골집들이 조밀하게 모여 있어 여기가 궁성이 있었다는 사실조차 알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양덕문 성벽에 올라서면 [사진 18]에서 보이는 멀리 소탑을 볼 수 있었습니다. 소탑도 가까이 가서 보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시간이 너무 지체된 관계로 영성을 뒤로하고 바로 적봉으로 향하게 되었습니다.


북방민족의 흔적을 찾아서②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