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 일대를 다녀와서... 이충선(중세1분과) 지난 5월 17~19일에 도쿄로 답사를 갔다 왔습니다. 이번학기를 마지막으로 등록금 납부가 끝나고 장학금도 받아서 주머니 사정이 넉넉해지자 어디론가 떠나자는 생각으로 홀로 떠났던 답사였습니다. 사실 답사보다는 학업과 일에 지친 심신을 쉬기 위한 여행을 목적으로 했지만 결국 일정을 짜고 실제로 제가 움직이고 보니 여행보다는 답사가 되어 버렸더군요. 간단하게 제가 답사를 다닌 일정에 대해서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7일 18일 에노시마(江ノ島) → 하세데라(長谷寺) → 고토쿠인(高德院) → 쓰루가오카하치만구(鶴岡八幡宮) → 겐쵸지(建長寺) → 엔가쿠지(円覺寺) 19일 토구리미술관(戶栗美術館)→ 네즈미술관(根津美術館) →오쿠라집고관(大倉集古館) → 아사쿠사(浅草) 첫날 도착하여 바로 간곳이 진보초(神保町)였습니다. 도쿄에서 책하면 꼭 가봐야 한다는 곳이 고서점 거리입니다. 도착하자마자 수많은 고서점을 헤매며 책을 훑어보다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사진을 찍을 생각조차도 못해 많이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고서점마다 분야가 다르기 때문에 원하는 고서점에 들어가 구경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평일 오전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리고 있었고 그 속에서 천천히 책을 둘러보며 즐기는 여유 또한 느껴졌습니다. 일본 야구 박물관을 거쳐 ‘우에노공원’에 위치한 東京國立博物館을 관람했습니다. 마침 특별전이 있어 관람했지만 특별전은 사진을 못 찍게 하는 바람에 사진을 찍지 못한 것이 아쉬웠습니다. 사진에서 보이듯 칠지도가 포스터에 있어서 혹시나 했는데 전시되어 있지는 않더군요.
도쿄박물관의 동양관에는 한국실이 따로 있었는데요. 아무래도 고려시대를 공부하다 보니 고려시대 유물에 눈이 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유물들이 제자리에 있지 못하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림2의 고령사반자의 경우, 제작연대(崇慶二年甲戌 1214) ․ 제작 주체(壽寧宮主房 侍衛軍公節) ․ 발원문 ․ 반자의 무게 ․ 사찰의 명칭(高嶺寺) ․ 참여한 사람 및 만든 사람(仲叙) 등의 기록이 유물에 새겨져 있는 중요한 자료입니다. 그동안 ‘한국금석문 종합영상정보시스템’이나 ‘금석문자료집’ 등을 통해서만 접하다가 실물로 보는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전시관을 전부 둘러보고 저녁을 먹기 위해 나가려다가 야외에 조선시대 석물이 전시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전에 수업에서 조선시대 사대부의 묘역에 세워져 있었던 석물들이 식민지 시기를 거치면서 일본으로 많이 넘어갔다고 들었는데 안타깝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도쿄박물관을 관람하고 원래의 일정은 가까이에 있는 아사쿠사를 들리려 했지만 시간상 어려울 것 같아 다음으로 미루는 것으로 하고, 저녁을 먹고 숙소에 들어가 다음날의 일정을 살펴보며 도쿄에서의 첫 번째 일정을 마쳤습니다. 다음날 에노시마와 가마쿠라로 답사를 떠나기 위해 새벽 5시에 일어나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이동거리가 대략 지하철로 1시간 30분 정도 걸리기 때문에 서두를 수밖에 없더군요. 가마쿠라로 가는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도쿄역에서 JR線을 타고 가는 방법과 신쥬쿠역에서 小田急線을 타고 가는 방법이 있습니다. 저는 상대적으로 시간은 더 걸리지만 프리패스 가격이 더 저렴한 小田急線을 타고 이동했습니다. 운이 좋았는지 갈아탈 때마다 급행이 와줘서 예상보다 빨리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에노시마에서 시작해서 ‘에노덴(江ノ電)’을 타고 가마쿠라로 가는 루트를 택해서 답사를 시작했습니다. 에노시마는 대략 2~3시간 정도면 다 둘러볼 수 있을 정도로 작은 섬입니다. 하지만 섬안에 신사가 많이 있어서 중요한 성지인 듯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그 중 에노시마 신사는 헤츠노미야, 나카츠노미야, 오쿠츠노미야로 불리는 세 개의 신전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섬 전체가 산으로 되어 있어 등산하는 기분으로 둘러볼 수 있었습니다.
에노시마를 뒤로 하고 에노덴 전차를 타고 간곳은 하세역에 있는 하세데라(長谷寺)와 고토쿠인(高德院)입니다. 두 사찰은 하세역에서 長谷通り라는 길을 따라 가면 어렵지 않게 찾을수 있습니다. 먼저 찾아간 곳은 하세데라(長谷寺)였습니다. 이 사찰은 721년에 창건된 사찰이라고 합니다. 진언종(眞言宗) 사찰로, 여기에는 하세칸논(長谷觀音)이라 불리는 약 9m 정도의 11면 관음보살상이 유명합니다. 저는 이번 답사로 일본 사찰을 처음 가봤습니다만, 한국에서는 사찰의 중심에 부처를 모시는 것에 비해 이 사찰은 절의 본당에 관음보살상이 있다는 점이 조금 의아했습니다. 종파의 차이 때문에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절의 본당을 觀音堂이라고 하는데요. 觀音堂 옆의 작은 건물에 아미타여래가 있는 점이 특이하였습니다.
하세데라를 나와서 다음으로 간 곳은 고토쿠인(高德院)입니다. 하세데라와 고토쿠인은 가까운 거리에 있어서 걸어서도 충분히 이동이 가능합니다. 고토쿠인(高德院)은 높이 11m의 가마쿠라 다이부츠(鎌倉大仏)로 유명한 사찰입니다. 창건된 것은 1238년으로 가마쿠라 大佛이 완성된 것은 1252년이라고 합니다. 이 불상은 20엔으로 직접 불상 안으로 들어가 내부를 구경할 수 있습니다.
하세역에서 다시 에노덴을 타고 종점인 가마쿠라 역에서 내려 10여분 정도를 걸어 쓰루가오카하치만구(鶴岡八幡宮)에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이곳은 1063년 가마쿠라 막부의 2대 쇼군인 미나모토 요리요시(源頼朝)가 무예의 신인 하치만(八幡) 모시는 신사로 건립하였고 가마쿠라의 상징 같은 존재라고 합니다. 이곳에서 인상깊었던 장면을 꼽으면 신사에서 행해지는 일본 전통 결혼식이었습니다. 신사의 중심인 本宮의 앞 건물에서 무언가를 하고 있었습니다. 호기심이 생겨 주변에 서서 구경하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실제 결혼식을 진행하고 있더군요. 전통 결혼식을 실제 본 것도 처음이었지만, 주변에 있던 관광객들이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축하의 말과 박수를 쳐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쓰루가오카하치만구(鶴岡八幡宮)에서 다음 코스인 겐쵸지(建長寺)로 향했습니다. JR線 기타가마쿠라(北鎌倉)역 방향으로 1km 거리에 있습니다. 버스를 탈까도 생각해 봤지만 자금 사정상 한푼이라도 아껴야 했기에 걸어가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20여분을 걸어서 도착한 겐쵸지(建長寺)는 1253년에 창건된 사찰로 일본 임제종 겐초지파의 총본산으로 일본 최초의 선종(禪宗) 사찰입니다. 현재 남아있는 건물들은 대부분 에도시대인 17세기 이후에 지어진 것이라고 합니다. 창건 당대에 남아있는 유물로는 1255년에 주조한 범종이 경내에 있습니다. 그리고 法堂 안에서 ‘釋迦苦行像’을 볼 수 있었습니다. 실물을 아니고 복제품으로 파키스탄 정부가 라호르 박물관에 소장된 유물을 복제해서 2005년 겐초지에 기증한 것이라고 합니다.
겐쵸지(建長寺)를 나와서 엔가쿠지(円覺寺)로 가는 길도 역시 JR線 기타가마쿠라(北鎌倉)역 방향으로 1.5km 정도를 걸어 찾아갔습니다. 엔가쿠지(円覺寺)는 기타가마쿠라(北鎌倉)역 바로 앞에 입구가 있어서 찾아가기 쉬웠습니다. 엔가쿠지(円覺寺)는 1282년에 창건된 禪宗의 고찰이라 합니다. 임제종 엔가쿠지파의 총본산이고, 가마쿠라 막부 시절 호조 도키무라(北条時宗)가 몽골과의 전쟁에서 전사한 사람들을 위해 지었다고 합니다. 사찰의 경내가 약 6만㎢ 정도의 큰 사찰입니다. 하지만 여러차례 지진과 화재로 창건 당시부터 남아있는 건축물은 없지만 부처의 치아가 보관되어 있다는 舍利展이 무로마치 시대의 건물로 지금까지 남아있으며, 범종인 洪鍾(1301년)등이 일본의 국보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그림 34] 엔가쿠지(円覺寺) 洪鍾 ⓒ이충선 엔가쿠지(円覺寺)를 마지막으로 가마쿠라에서의 답사를 마치고 신쥬쿠로 돌아가는 전철에 몸을 실었습니다. 새벽부터 일어나 땡볕에서 하루 종일 걷었던 답사였지만 그날 하루 동안 너무 많은 것을 볼 수 있어서 즐거웠던 하루였습니다. 일본에서의 마지막날 처음으로 간곳은 토구리미술관(戶栗美術館)이었습니다. 1987년에 개관한 박물관으로 도자기 전문 박물관입니다. 위치는 도쿄 시부야구에 있습니다만 주택가 사이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찾아가기가 힘들었습니다. 시부야 역에서 대략 15분 정도를 걸어 찾아간 미술관은 입장시간을 착각하여 30분을 입구에서 기다리다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그날의 첫 관람객으로 입장하게 되었습니다. 도자기 전문 박물관으로 7000여점이 넘는 도자기 유물을 소장하고 있고 대부분이 일본과 한국 · 중국의 자기들이라고 하는데요. 제가 갔을 때는 특별전시 기간 중이라서 에도시대의 일본 도자기 유물만 전시하고 있어 한국의 자기 유물은 보지 못해 아쉬웠습니다.
다음으로 간 곳은 네즈미술관(根津美術館)으로 오모테산도역에서 걸어서 10분정도의 거리에 있습니다. 이 박물관은 41년에 개관한 박물관으로 동양의 고미술품을 주로 소장하고 있습니다. 고려시대 불화를 비롯하여 우리나라의 유물들을 많이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전시관에서는 볼 수가 없어 아쉬웠습니다. 다만 전시관 뒤에 있는 정원에 불상이나 석탑 같은 석물들을 곳곳마다 배치하여 전시하는 중입니다. 정원의 입구에 10세기 고려시대 부도가 자리를 잡고 있었고 조선시대 문인석 등의 여러 석물들을 찾아 볼 수 있었습니다.
다음으로 간곳은 오쿠라슈코칸(大倉集古館)이었습니다. 도쿄 미나토구에 위치한 박물관으로 일본 최초의 사립 박물관이라고 합니다. 동아시아의 미술품 2000여점과 고서 3만5000권을 소장하고 있으며, 박물관 건물은 1917년에 세워진 것으로 현재 국가 유형문화재로 등록되어 있습니다. 전시실 내부는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어 사진을 촬영하지는 못했지만 전시실 밖 정원에 야외 전시되어 있는 유물들은 다행히 사진으로 남길 수가 있었습니다. 박물관 정원에 조선시대 석물들이 야외 전시되어 있으며, 미술관 정원 뒤편에 전시되어 있는 오층석탑은 고려시대 석탑으로 현재 ‘이천오층석탑환수위원회’에서 환수를 주장하고 있는 문화재입니다. 이러한 것들이 식민지 시절에 무단으로 나간 것들로 이렇게 방치되고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이번 여정에서 마지막으로 간곳은 아사쿠사(浅草)였습니다. 아사쿠사역에서 내려 보니 마츠리(祭り)가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사실 여행을 오면서 마츠리(祭り)는 전혀 생각도 하지 못했고, 당연히 기대하지도 않았던 부분인데, 운이 좋았는지 우연찮게 아사쿠사에서 마츠리를 구경하게 되었습니다. 이 축제를 산자마cm리(三社祭)라고 하는데요. 매년 5월 셋째주 금~일에 합니다. 신을 모신 미코시(神輿)를 사람들이 메고 그 주변을 순회하는데 이동하는 사람들과 구경하는 사람들로 직이는 것도 힘들 정도였습니다. 카미나리몬(雷門)에서 센소지(浅草寺)까지 300m 정도 되는 길을 가는데 대략 30분이 걸렸으니까요.
아사쿠사를 마지막으로 저는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하네다 공항으로 향했습니다. 너무 많은 것을 볼 수 있었던 답사였습니다. 다만 2박 3일의 일정이다 보니 가보지 못한 곳이 너무 많아서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천천히 여유를 가지고 둘러보고 싶다는 아쉬움도 남았습니다. 이번 답사로 일본의 사찰과 신사에 대한 지식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고, 일본 소재 한국 문화재를 많이 접할 수 있어서 의미 있었던 답사라고 제 스스로 평가해보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답사에서 제가 찍은 사진 중에서 제 심정을 가장 잘 대변해준 사진 한 장을 투척하며 답사기를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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