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리에서 프랑크푸르트 가는 길도 하룻길로는 벅차다.
고속도로를 잘못들어서기를 몇 번 하며 중간에 자고 갈 도시
하이델베르크를 찾았다.
오래된 대학 도시.
작고 아담하기는 레이벤이나 다름 없으나
여기는 산도 있고, 그 위에 성도 있고,
도시 풍광도 어딘지 낯익다.
저녁 먹으러 들어간 음식점의 인테리어가
마치 몇 백년 된 듯 고색이 짙다.
그래서 사진 좀 찍다가 동행에게 좀 자중하라고 질책을 받았다.
오리지널이 아니라 모두 키치다,
관광객을 대상으로 먹고 사는 도시들의 고도의 상술이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키치도 문화다 등등...
여긴 독일이다.
독일에서만 볼 수 있는 장면.
술 잔의 눈금.
맥주잔이든 다른 잔이든 눈금 긋고 용량을 써넣었다.
그만큼 따라 주지 않으면 당장 소송이 걸린다나?
터키 출신 종업원은 코리아에서 왔다니까,
"차품큰"을 안다며 악수를 청한다.
나온 잔을 보니 눈금보다 조금 더 올라가 있다.
하이델베르크 성.
30년 전쟁 당시 포격을 받아 무너진 성채가
또 그런대로 고색을 풍긴다.
22만 리터들이 와인 통이 유명하여,
거기 보니 왔다 간 사람들이 왼통 낙서를 해 놓은 중에
한글로 된 이름들도 꽤 있어서 반갑다면 반가왔다.
무너지다 만 한 편 건물에 마련한 의약 박물관은
그 규모나 수준이 만만치 않아 독일 의약 산업이 거저 생긴게 아님을 보여준다.
하이델베르그 성에서 내려다 본 도시 전경.
작은 대학 도시의 정경이 아늑하다.
하이델베르크 대학.
그냥 길거리에 면해 있는 허름하다면 허름한 건물들.
그 앞에 있는 서점도 겉으로 보아서는 구멍 가게 같더니
내부는 상당한 규모와 수준이었다.
다른 데서 찾지 못했던 전문 분야의 책을 거기서 구했다.
속은 모르겠으나 캠퍼스 타령만 할 건 아닌가보다.
하이델베르크에서 프랑크푸르트는 자동차로 한 시간도 안 걸리는 거리.
다시 돌아온 프랑크푸르트 공항은 여전히 복잡하였다.
출국장 한 귀퉁이에 쪼그리고 앉아 흐느끼고 달래는 아랍 여인들.
짐이 무게를 넘는다고 깐깐하게 굴어서,
동행 한 사람이 부치려던 가방을 들고 들어가다가
온갖 시달림을 당하고 나서도 결국
선물로 사 넣었던 화장품 네 병을 고스란히 빼앗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