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근교의 포츠담. 우리에게는 포츠담 선언으로 잘 알려진 곳. 도대체 어떤 곳인가 하고 찾아간 그곳은 쌍쑤씨(Sanssouci)-근심이 없다-공원이 절반을 차지하는 작은 도시. 공원 안에는 우리로 치자면 행궁에 해당하는 듯한 건물군이 몇 군데 있어, 그 가운데 한 곳에서 포츠담 회담을 열었던 것이다. 2차 대전 당시 러시아가 베를린 일대를 먼저 점령하였으나, 이에 대해 영국과 프랑스 등이 견제를 하면서 나눠 먹기 흥정을 벌인 곳. 작지 않은 원형 연못을 아래에 두고, 대단히 큰 규모의 계단식 정원을 꾸미고, 그 맨 위에 들어앉은 건물은 건물 외관만으로 보자면 소박하다고 해야 할 단층 건물이었다. 꽃 피는 계절에 와 보면 어떨지 모르겠으나, 겨울의 끝자락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에 보는 그 모습은 자꾸 우리에게 우울한 느낌을 강요했다. 포츠담을 출발하여 암스테르담으로 향하는 아우토반. 진종일 한 시도 그치지 않고 내리는 눈발에, 해까지 저물어 고속도로를 벗어났다 다시 찾아 들었다 하며 가는 600 몇 십 km는 조수석에 앉아 가기도 여간 긴장되는게 아니었다. 렌터 카 여행, 그거 뜻대로 여기저기 들러보기는 좋으나, 그리 낭만적이지도 만만치도 않은 것임을 알았다. 네덜란드 국경. 어디가 국경인지 무척 주의하여 보았으나, 홱 지나간 별이 둥그렇게 그려진 유럽 연합 깃발이 그려진 입간판 하나. 그게 국경이라니 공연히 허전하였다. 그래도 웬 일인지 네덜란드 땅이 들어서니 표지판의 낯말들은 당췌 읽기가 어려웠으나, 눈발도 그치고 마음도 가라앉았다. 유럽의 주요 도시들은 대개 고속도로들이 그 외곽을 환상으로 감싸 돌면서 안쪽으로는 도시를 향하여, 바깥쪽으로는 사방 팔방으로 갈라지는 길을 연결시킨다. 일견 합리적인 방식으로 보이기는 하나, 초행자는 영락없이 반대로 돌아서, 1/4만 돌면 될 것을 결국 3/4 바퀴를 돌게 된다. 조수석에 앉아서 아무리 베개 덩이만한 지도를 열심히 보아도 홱홱 지나가는 낯선 표지판을 무슨 수로 읽고 맞추랴? 그런 점에서 좀 억울한 심사가 자꾸 들었다. 암스테르담을 그렇게 돌아 한 30여분 남으로 달려서 찾아간 목적지 레이덴. 만만하고 푸근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