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트부르크성을 떠나 점심참으로 들른 곳이 인근의 바이마르(Weimar). 인근이라지만 한 100km는 갔나보다. 아주 참한 고도라, 길바닥이 모두 돌을 이빨처럼 깎아 땅에 박은 옛날 포장으로 덮여 있고 건물들도 아담하고 예쁘장하다. 광장에서는 오전 장이 막 파하는 참이었다. 점심을 먹고 괴테가 바이마르 공화국의 장관을 하던 시절 살던 집을 찾아 나섰으나, 눈에 띄는 표지판도, 잘 아는 이도 드물었다. 빙빙 돌며 찾아다니다 보니 주차장에서 시장통으로 가던 길의 그 오래됨직한 담이 바로 그 집 뒷편 정원의 담이었다. 집 앞에는 광장이라고 하기에는 좀 좁은 듯하고, 마당이라고 하기에는 너른 터가 있고, 거기에 웬 남자가 모래 찜질이라고 하는지 흙 속에 엉덩이와 배를 묻고 누워 눈을 지그시 감고 있다. 그 터 한 편에 별 특징도 없이 밋밋한데다가 입구도 좁아 터진 건물. 그것이 괴테의 집이었다. 내부에는 괴테가 쓰던 물건들, 수집한 미술품들이 방마다 복도마다 들어차 있다. 많이도 모았다는 느낌은 들었는데, 잘 전시하였다는 느낌은 들지 않고, 덩치 큰 독일 여자들 참 뻣뻣하다는 인상에, 뮤지엄 샵에서 짤랑거리는 동전 소리가 장사속이라는 거부감만 들게 만들었다. 그래서 사진 찍지 말라고 땍땍거리는 데 대한 억하심정으로 늬들이 여기까지 쫓아와서 이것도 찍지 못하게 하랴 하고 마굿간 옆에 있는 마차를 굳이 한 컷 박았다. 바이마르 하면 나는 괴테는 잘 모르겠고, 바이마르 공화국이 떠 오른다. 독일이 제국으로, 나찌로 가지 않고, 행로를 바르게 잡을 뻔했던 시절 아니던가? 왜 하필이면 이 시골, 조그만 도시에서 그런 시도를 했을까? 바이마르 공화국을 선포했던 건물은 이제는 무슨 오페라 하우스인가 극장인가로 쓰이고 있을 뿐 그 앞을 오가는 사람들은 그 문제에 대해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저기 다정하게 서 있는 괴테와 쉴러는 뭔 답이 있겠지. 나중에 좀 공부해 봐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