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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도 한국역사연구회 회장 이임사

BoardLang.text_date 2017.12.31 작성자 한국역사연구회

한국역사연구회 회원님들께,


 

안녕하십니까? 제가 외람되이 회장에 선임된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한 해가 지나고 자리에서 물러나는 인사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연구회가 서초동에 자리잡고 있던 시절, 어느 타는 듯한 여름날 방배역에 내려 고개를 넘어가는데 땀은 온 몸에 흐르고 힘들기 한량없었습니다. 연구회에 도달한 후 이 고생을 하며 모여서 무얼 하자는 것이냐하고 한탄하니 주위에 있던 분들도 다들 무슨 영화를 보자고!” 하면서 한 마디씩 보태는 것이었습니다. 지난 1216일 총회가 열리던 날에는 기록적인 한파가 몰아쳤습니다. 눈물까지 찔끔거리며 매서운 바람을 뚫고 회의장을 찾아가자니 또다시 우리가 무슨 영화를 보자고...” 하는 생각이 절로 솟아났습니다.

 

2017년에 우리는 미처 상상하지 못한 정치적 격변을 겪었으며, 그 속에서 지난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정책 또한 처참한 자취만 남기고 스러졌습니다. 정부가 안간 힘을 다하여 추진하는 잘못된 정책에 대해 해당 학계가 거의 이탈자 없이 정면으로 맞선 경우는 역사학계가 유일하다고 생각하며 그 중심에 우리 연구회가 있었습니다. 그 힘은 우리가 뜨거운 여름날과 칼바람 맞는 겨울날을 가리지 않고 연구회에 모여드는 데서 나왔습니다. 저는 이러한 한국역사연구회에서 한때 회장 직함을 보유한 일을 더 없는 영광으로 기억할 것입니다.
하지만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무산시킨 지극히 당연한 일을 우리가 자부심으로 안고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국정을 붕괴시킨 정부가 끼친 해악의 한 측면이 될 것입니다. 우리의 본령인 한국사 연구는 현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지평을 찾지 못한 채 고심하고 있습니다. 이제 눈앞에 다가온 연구회 창립 30주년을 맞이하여 회원 모두가 다시금 역량을 한데 모으리라고 믿습니다.

 

이익주 새 회장님이 제게 어려움에 처했을 때 열어볼 주머니 세 개를 달라고 하였습니다. 저는 제가 내내 활용하던 것 하나면 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부회장에게 물어 보세요.” 부회장님뿐이겠습니까. 더 할 수 없이 유능한 운영진이 구성되었고 그 뒤에는 막강한 회원들이 계십니다. 창립 30주년을 맞이하여 한국역사연구회가 다시 한 번 큰 도약을 이룰 것을 확신합니다. 감사합니다.

201712월 31일


오수창 삼가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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