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역사연구회 회원 여러분께안녕하세요. 지난 12월 16일 총회에서 2018년 회장으로 선출된 이익주입니다. 능력이 부족한 제가 중요한 시기에 연구회의 막중한 일을 맡게 되어 두려움이 앞섭니다. 2018년은 연구회를 창립한 지 30년이 되는 뜻깊은 해입니다. 지난 1988년 민주화의 열망 속에서 과학적, 실천적 역사학을 표방하며 출범한 우리 연구회는 30년 동안 사회 민주화와 역사학의 발전을 위해 분투했고, 지금은 한국을 대표하는 연구 단체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모든 것이 우리 회원들의 열의와 헌신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그 동안 봉사하신 전임 회장님들과 운영위원 여러분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30주년을 맞는 해의 회장으로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국역사연구회 30년지(가제)>와 <한국사 연구의 현장(가제)> 간행을 비롯한 기념 행사들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최근 연구회를 둘러싼 정치적, 사회적 환경이 급변하고 있습니다. 촛불 혁명 이후 과거의 적폐를 정리하고 미래의 방향을 제시하는 작업이 전사회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그러한 가운데 우리 연구회에도 전과 다른 새로운 역할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예컨대, 지난 몇 해 동안 우리 연구회는 국정 역사교과서 발행으로 대표되는 정권의 부당한 역사 장악 기도를 저지하는 데 최선을 다했습니다. 저는 그것이 역사학 단체로서 최소한의 책무였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역사 교육의 바람직한 방향과 내용을 제시해야 하며, 그를 위해 우리의 역량을 결집하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문제 제기와 동시에 대안을 제시하는 일이 필요합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부당한 정책을 비판하는 일을 충실히 해왔습니다. 역사학자들의 비판적 안목으로 사회에 참여하는 실천의 방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대안을 만들고 제시해야 할 때입니다. 역사 교육 문제를 비롯하여 학문 후속 세대의 단절 위기, 다작 경쟁으로 피폐해진 학문 풍토, 사이비 역사학의 공격 등 연구회 안팎에 크고 작은 문제들이 산재해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들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구체적인 대안을 모색하도록 하겠습니다. 지금은 새로운 전통을 만들어야 하는 시기입니다. 우리 연구회는 지금까지 창립 정신을 잊지 않고 공동 연구와 사회적 실천을 통해 그것을 계승하고자 노력해왔습니다. 그 결과 우리는 전에 없던 학문공동체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자부합니다. 하지만 스스로 새로워지려는 노력이 없다면 전통은 한낱 변화와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고 말 것입니다. 연구회 운영에서 언제나 인순(因循)을 경계하겠습니다. 그러한 마음으로 지난 30년을 기념하고 새로운 30년을 준비하겠습니다. 연구회의 모든 대외적 활동과 사회적 실천은 튼튼한 연구 역량을 기반으로 해서만 가능한 일입니다. 연구의 일선에 있는 연구반과 학습반이 내실 있게 운영되고, 연구회의 핵심 조직인 각 분과가 활기차게 움직일 수 있도록 적극 참여해주시기 바랍니다. 2018년 한 해 동안에도 회원 여러분의 변함없는 관심과 애정어린 질책을 고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8. 1. 22 한국역사연구회 회장 이익주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