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과총회 후기(중세1분과, 2019.4.25.) 큰 산 앞에 서면 언제나 겸허해진다정동훈(중세1분과) 중세1분과는 소수정예를 자부합니다. 작년 여름, 한국역사연구회 창립 30주년 행사에서 각 분과의 지난 30년을 돌아보는 발표를 들어보니 중세1분과는 30년간 줄곧 회원수가 가장 적은 분과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분과원들 개개인의 탁월한 역량과 높은 충성도, 진한 결집력으로 언제나 연구회의 중심을 지켜왔다는 자부심을 우리는 품고 있습니다. 올해에도 회장, 사무국장, 총무부장으로 이어지는 연구회의 핵심 라인을 모조리 배출한 수권 분과 아니겠습니까! 자부심 넘치는 중세1분과의 중심에는 늘 채웅석 선생님이 계셨습니다. 제가 대학원에 입학하고 처음 당시 방배동에 있던 연구회의 문을 빼꼼히 열고 들어갔을 때 선생님을 처음 뵈었습니다. 티비 채널을 어디로 돌려도 나오는 최고의 연예인처럼, 어떤 책, 어떤 논문을 펼쳐도 늘상 인용되는 최고의 연구자를 만났다는 감상을 일기에 적어두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부터도 제법 시간이 흐르고 보니, 후배 연구자들께서는 그런 감격을 누릴 기회가 많지 않았겠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조금 무리다 싶으면서도 선생님께 분과총회에서 발표를 해주십사 부탁을 드렸습니다. 선생님께서는 한사코 사양하시다가 끝내 수락해주셨고요. ![]() 제가 인상 깊게 들었던 바로, 선생님의 연구 관심에 항상 등장하는 질문은 “고려시대를 어떻게 총체적, 구조적, 종합적으로 이해할 것인가”였다는 점이었습니다. 단편적인 사실들을 밝혀내는 데에 그치지 않고, 그 각각이 어떻게 얽히고설켜 고려라는 時代格을 이루고 있었는지를 드러내는 데까지 이르고자 하셨다는 겁니다. 선생님의 논문을 읽으며 품었던 혐의가 과연 그러했구나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 간단치 않은 부탁을 들어주신 채웅석 선생님께 다시 한 번 깊은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참석해주신 여러 선생님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이 글의 제목 <큰 산 앞에 서면 언제나 겸허해진다>는 어제 참석하셨던 강재구 선생님의 페이스북에서 따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