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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심리적 약체화를 극복하자

BoardLang.text_date 2017.06.30 작성자 한국역사연구회
 

우리의 심리적 약체화를 극복하자


 

노영구(중세2분과)


 

대통령 선거 전 국가의 안보를 걱정하는 어느 인사로부터 중국은 왜 역사적으로 항상 약한 우리를 괴롭히느냐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 주요한 사례로서 7세기 초 수나라 양제의 고구려 침공 시 당시로써는 생각하기 어려운 대병력인 100만 명의 군대를 동원한 것을 들었다. 이는 아마도 미국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인 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에 대한 중국의 과격한 대응에 대한 비판과 이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에 대한 개인적 감상이 함께 녹아든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그 인사가 언급한 수나라의 고구려 침공의 사례가 과연 오늘날 중국의 우리에 대한 경제, 외교적 제재의 역사적 연원의 하나로 적합한 것인지에 대해 필자는 의문이 적지 않다. 100만 명, 정확히는 113만 명의 대규모 군대를 동원한 수나라의 고구려 공격은 달리 생각하면 중국의 본격적인 통일 제국인 수나라마저도 국가의 전력을 기울여야만 굴복시킬 수 있다고 여길 정도로 당시 고구려의 국력은 상당하였음을 반영한다.

 

그동안 우리의 역사서에서는 고구려-수나라 전쟁을 수 양제의 고구려 침입과 고구려의 저항이라는 관점에서 서술되어 있다. 서술의 기조에서 우리는 언제나 작고 약하지만 정의로운 대상으로 인식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7세기 초 동아시아의 패권을 놓고 중국의 통일제국인 수나라와 한반도와 만주의 중심 국가였던 고구려가 겨루었던 이 전쟁은 수나라의 패퇴와 수나라의 멸망으로 귀결되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결코 한반도 세력이 동아시아 지역에서 국력이 약한 존재가 아니었음을 반영한다. 실제 우리 역사를 보면 동아시아 질서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경우보다는 이에 적극 대응하여 많은 변화를 가져온 주요 행위자로서 역할을 다한 사례를 여러 차례 볼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서 11세기 초 동아시아 최강국으로 고려의 완전 복속 후 이 지역 패권국으로 나아가고자 하였던 거란족의 요나라가 세 차례에 걸친 고려-거란 전쟁에서 큰 피해를 입어 더 이상 중원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동아시아에 100여 년간 평화가 유지된 사례를 들 수 있다.

 

오늘날 우리나라는 전 세계 250여 개 국가 중 10위권의 국력을 가지고 있는 세계적인 강국이다. 우리보다 국력이 강한 나라의 몇 나라는 인구 1억 이상의 인구 대국이거나 자원 부국인 점을 고려한다면 실질적인 우리의 국력 순위는 더 높다고 할 것이다. 우리의 군사력도 세계 8, 9위를 점할 정도이고, 지상군은 이보다 더 높은 순위를 차지할 정도로 평가되는 군사 강국이다. 우리보다 국력이 강한 나라의 몇 나라는 인구 1억 이상의 인구 대국이거나 자원 부국인 점을 고려한다면 실질적인 우리의 국력 순위는 더 높다고 할 것이다. 우리의 군사력도 세계 8, 9위를 점할 정도이고, 지상군은 이보다 더 높은 순위를 차지할 정도로 평가되는 군사 강국이다. 예를 들어 대표적인 군사력 지표 중 하나인 전차의 수량과 능력은 우리 한국이 세계 3, 4위권으로 평가될 정도로 최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그 외에도 여러 지표를 보면 우리도 깜짝 놀랄 정도이다. 세계 제국이었던 수나라와 당나라에 패권을 겨루었던 당시의 고구려가 과연 지금의 대한민국 국력과 군사력 순위보다 나은 국가였는지 의문이다. 만일 전교 250명 중 상위 10위 정도의 성적을 거둔 아이에게 성적이 낮다고 야단치는 부모의 사고는 과연 정상일까?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이 이탈리아, 스페인 등 세계적인 축구 강국을 연이어 격파하고 4강에 올랐을 때 우리의 마음속에는 혹시 우연이나 행운, 심판의 배려, 안방의 이점 등으로 인해 이런 망 외의 결과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적지 않았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4강에 오른 것은 우리의 실력이었고, 지금의 우리의 국력과 군사력도 우리가 지난 수십 년 동안 쌓아온 실력이라는 점이다.

 

1960년 4·19 혁명 이후 그 직전까지의 허망한 북진통일론 대신 산업화된 근대민족 국가 건설을 먼저 시행하고 통일의 길로 나아가고자 하였던 우리의 국가 엘리트의 국가전략이 현재의 우리의 실력을 갖추게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우리를 약소국이라는 터무니없는 선입견의 굴레에 빠져 그에 합당한 행동을 주저하도록 하는 현재 우리 일부의 모습은 이제 극복하여야 할 대상이다. 아래로 굴러 내려오는 수레바퀴를 멈추게 할 수는 없지만, 그 수레를 다른 곳으로 가도록 밀어 모두를 위험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는 힘이 우리에게 있는 것을 기억하고 세계 평화에 우리가 기여할 수 있는 행동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고 실천하는 적극적인 사고의 전환이 요구되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