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의 ‘뉴라이트 교과서’ 비호에 대한 역사단체의 입장 9월 11일. 교육부는 ‘8종의 한국사 교과서 전부’에 수정・보완을 추진하고, 각급 학교 교과서 채택 마감을 10월 11일에서 11월 말까지 연장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뉴라이트 교과서’ 하나를 비호하기 위한 궁색한 조치로, 공교육을 책임지는 국가 기관의 자세가 아닙니다. 검증 과정에 미처 걸러내지 못한 중대 문제가 있어 결과가 엉뚱하게 나왔다면 장관의 권한으로 검증을 취소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9월 10일. 역사 단체들이 ‘뉴라이트 교과서’를 검토하여 공개적인 설명회를 연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는, 학생들이 시험문제 답을 찾을 수 없을 정도의 저품질(경악할 수준의 오류들), 조악한 문장, 국민 상식을 벗어나는 비뚤어진 역사관(친일 미화, 독재 찬양)에 바탕을 둔 왜곡과 편향, 전도된 가치관으로 채워진 교과서가 공교육의 한 귀퉁이를 차지하는 상황을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역사학자의 양심과 지식인의 사회적 책무를 외면할 수 없기에 취한 행동이었습니다. 그러나 교육부는 기존의 관례를 완전히 벗어나, 이 교과서에 담긴 엄청난 오류를 시정할 시간을 추가로 제공하려 합니다. 이제 교무실의 모든 교사들이 새 책을 놓고 수업방식을 연구할 때, 역사 교사들은 그제서야 ‘어떤 책을 택할까’ 고민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게 되었습니다. 가장 조악한 한 책을 위해서, 교육부가 이런 무책임한 조치를 취한 것입니다. 우리는 시간을 더 주어도 이 교과서의 본질적 결함(반민족적 역사관, 정의롭지 못한 가치관 등)들이 시정되리라고 판단하지 않습니다. 우리 역사학자들은 ‘최악의 내용에, 청소년의 민족관・국가관을 위협하는’ 교과서가 공교육 현장에 작은 자리라도 차지하게 되었을 때 일어날 결과를 크게 걱정합니다. 그래서 그 우려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노력할 것입니다. 역사단체에 소속된 모든 한국사 연구자들은 교육부가 국사편찬위원회를 통해 구성하려는 ‘전문가협의회’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의했습니다. ‘뉴라이트 교과서’가 본질을 유지한 채 색칠만 다시하는 과정을 돕지 않겠다는 학자적 양심에 따른 것입니다. 4개 역사단체에 소속되지 않은 어떤 한국사 연구자라 할지라도, 이런 결의에 널리 공감하리라 의심치 않습니다. 끝으로 교학사에 알립니다. 애초 우리가 걱정하지 않은 바가 아니었지만, 우리가 검토하여 공개적으로 지적한 오류들이 ‘위험한 교과서’의 외모를 고치는데 쓰이는 일이 없기 바랍니다. 우리가 많은 지적사항을 놓고서 그 일부만 드러낸 것도 그 때문입니다. 자신의 지식이 본래의 목적과 상반되는 방향으로 사용되는 것은 그 어떤 지식인도 원하지 않는 바일 것입니다. 2013년 9월 12일 한국역사연구회, 역사문제연구소, 민족문제연구소, 역사학연구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