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역사교육의 현안 극복을 위한 역사학계 성명서 -교과부의 역사교육 축소ㆍ왜곡 정책을 비판한다- 최근에 역사교육과 관련하여 우려스런 정책이 발표되었다. 하나는 미래형 교육과정 논의이고 다른 하나는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안)의 공개이다. 역사학계는 정부의 발표를 접하면서 이를 심각한 역사교육의 위기로 받아들인다. ‘미래형 교육과정’의 문제는 국제정세의 급변속에서 역사교육의 강화를 기조로 고시되었던 ‘2007년 개정 교육과정’이 시행되기도 전에 무산될 위기에 처해졌다는 점이다. ‘글로벌 경쟁력을 지닌 인재의 양성’이라는 이름하에 행해지고 있는 교육과정의 개편에 따라 이른바 ‘주요 교과목’ 위주로 현장수업이 이루어지면 역사교육의 축소로 이루어지고, 따라서 국가와 사회를 짊어질 후속세대들이 균형감 있는 역사의식을 갖추지 못하게 될 것이다. 또한 지난 8월 4일 교과부가 역사교과과서 집필기준(안)을 언론에 공표하였다. 교과부는 작년 10월 검인정 교과서 제도의 취지를 부정하는 ‘수정 권고안’ 55개 항목을 공표하고 직권수정을 강행함으로써 학문의 자유와 교육의 중립성을 심각하게 침해한 바 있었다. 이 사실을 상기할 때, 검정 신청본 제출을 불과 3개월 앞두고 또다시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안)’을 언론에 공표한 것은 대단히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교과서 집필에 도움을 주기 위해 내부 참고용으로 만든 ‘준거(안)’을 ‘기준(안)’으로 명칭을 바꾸었다는 사실과 그 내용 중에서도 특정 사실을 사례로 들어 언론에 공표한 것은 정치적 의도가 있음이 분명하다. 형식적으로는 역사 교과서 검인정 틀을 유지하면서 ‘기준(안)’이 역사교과서 내용을 ‘검열’하는 기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 교과부가 작년에 이어 올해 벌인 일련의 움직임이 역사 교과서를 국정교과서 수준으로 장악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력의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한 만큼 이런 분위기에서 객관적이고 창의적인 역사교과서 집필을 기대한다는 것은 연목구어나 다름없다. 이에 우리 역사학계는 최근 제기되고 있는 교과부의 역사교육 정책과 관련된 일련의 문제들에 대해 의견을 집약하여 다음과 같이 입장을 밝힌다. 1. ‘미래형 교육과정’을 구성하는 데 있어 2007년 개정교육과정에서 의도한 역사교육 강화 정신을 그대로 지켜나가야 할 것이다. 그 핵심 내용은 역사과목의 독립과 수업시수 확보이다. 현행 교육과정과 같이 ‘미래형 교육과정 구상안’에서도 역사 과목은 독립ㆍ필수 과목으로 유지되어야 한다. 만일 ‘미래형 교육과정 구상안’에서 제시하는 바와 같이 역사과목의 선택화가 실현될 경우, 고등학교 과정에서 역사교육을 받지 않고 졸업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1. 이번 8월 교과부가 발표한 집필기준(안)은 역사교과서 저자의 자율성을 심각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다. 집필기준(안)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들을 방치할 경우, ‘다양한 견해를 담은 양질의 역사교과서 편찬’이라는 검정제도의 취지가 무색하게 될 것이 예상된다. 따라서 정치권력이 원하는 방향으로 역사가 서술되어 국정교과서 단계로의 퇴행을 면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역사인식과 역사교육의 후퇴를 막기 위해 집필기준(안)에 대한 학계 의견을 수렴하는 작업이 진행되어야 한다. 교과부가 발표한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안)’은 공개적인 논의와 토론을 거쳐 역사학계가 수긍할 수 있는 방향으로 다시 작성되어야 한다. 역사과목의 독립과 필수화는 국민의 여망을 정부가 수용한 결과였다. 우리 국민들은 중국의 동북공정 추진과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을 경험하면서 올바른 역사인식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고 역사교육의 강화를 요구하였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교과부의 역사교과서를 매개로 한 역사교육에의 개입 시도는 시대적 요구나 국민의 의사에 반하는 조처로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역사교육은 국가와 민족의 미래를 결정하는 핵심적 요소이다. 우리는 교과부가 역사학계의 목소리를 겸허히 수용하여 현재 진행하고 있는 정책이 초래하는 역사교육의 축소ㆍ 왜곡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역사학계의 의견을 수렴할 것을 촉구한다. 2009년 9월 25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