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교육과학기술부의 한국근현대사 교과서 현행 ‘고등학교 『한국근현대사』 교과서’(이하 교과서)의 검인정화는 1998년 김영삼 정부에서 제정한 교육과정 개정안에 따른 것이었다. 이로써 우리 정부는 역사교과서 국정제도를 극복하고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보편적으로 채택하고 있는 검인정제도로 전환하게 되었다. 역사학계나 역사교육계는 이를 역사학 연구와 교육의 발전에 중요한 전기로 받아들였다. 그 후 검인정 교과서에 대해 일부 논란도 있었으나 교육부나 국사편찬위원회는 정해진 교육과정과 엄격한 검인정 기준에 따르고 있으므로 문제가 없다고 거듭 확인한 바 있다. 그런데 최근 정부 당국은 역사학과 무관한 일부 단체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현행 교과서의 좌편향성과 그에 대한 직권수정까지 논하면서 공개해서는 안 되는 검정보고서까지 유출시키고, 한 여당의원은 심지어 북한교과서를 베꼈다는 폭언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교과서의 객관성을 보호해야 할 정부당국이 앞장 서 헌법에 보장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부정하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더욱이 교과서의 편향성을 주장하는 일부 단체의 입장은 역사학자는 물론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한국사정체성론과 식민지근대화론, 친일과 독재를 정당화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하지만 정부 당국은 단 한 번도 교과서 집필자들이나 학계와 교사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려고 진지하게 노력한 적이 없다. 이는 역사교육과 역사학의 전문성에 대한 부정이며, 교과서 검정제도와 관련된 실정법을 위배하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우리는 교과서의 집필자들이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 현행 역사교과서에 문제가 있다면 그 수정작업은 필자들이나 역사학계의 엄밀한 검토를 통해서 진행되어야 한다. 교과서 검인정제도는 국민적 합의에 따라 진행되고 있는 학계와 교육현장의 목소리를 최대한 반영하며, 다양한 견해의 교과서에 대한 교사와 학생들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의 교과서 수정 시도는 검인정제도를 사실상 부정하고 국정화하려는 행위이며, 역사교육의 자율성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역사교육은 정권과 관계없이 백년대계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은 우리 사회가 이룩한 소중한 가치이다. 역사교육이 위기에 처하게 된 상황에 즈음하여 우리 역사학계는 뜻을 모아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정부 여당에게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정부 및 여당은 역사학계와 교사들의 명예를 훼손하는 언행을 삼가고 소모적 이념논쟁을 중지하라. 1. 역사학의 전문성 및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라. 1. 교과서 검인정제도의 정신을 훼손하려는 시도를 철회하라. 1. 교과서 집필자들에게 가하고 있는 부당한 외압을 즉각 중단하라. 1. 교과서의 집필과 수정작업은 역사학계에 맡기라. 1. 교과서 개악에 앞장서고 있는 교육관료에게 엄중히 책임을 물으라. 2008년 10월 8일 고려사학회, 대구사학회, 동양사학회, 부산경남사학회, 서양중세사학회, 역사교육연구회, 역사교육학회, 전북사학회, 조선시대사학회, 한국고대사학회, 한국근현대사학회, 한국민족운동사학회, 한국사연구회, 한국사상사학회, 한국사회사학회, 한국서양사학회, 한국역사교육학회, 한국역사연구회, 한국중세사학회, 호남사학회, 호서사학회 (가나다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