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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교육 강화 방안과 역사교육

BoardLang.text_date 2007.01.25 작성자 안병우

역사교육 강화 방안과 역사교육


안병우(중세1분과)


1. 역사교육강화 방안의 내용

교육인적자원부는 최근 역사교육강화방안을 발표하고, 공청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도 가졌다. 이로써 역사교육 강화방안은 거의 확정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 방안에는 학교의 역사 교육 뿐 아니라 사회 교육과 관련해서도 많은 내용을 담고 있어,  앞으로 역사교육에 작지 않은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출처 : 국민일보)



역사교육 강화방안의 첫번째 내용은 중등학교에서 역사 과목과 수업시수를 조정하는 것이다. 현재의 ‘국사’와 세계사를 ‘역사’라는 과목으로 통합하고, ‘역사’는 사회과 내에서 과목으로 독립시키며, 고등학교 1학년의 수업시수를 현재의 2시간에서 3시간으로 늘리는 것이 골자이다.


  그와 함께 고등학교에 ‘동아시아사’를 새로 개설하여, 현재의 세계사 및 새로 개설되는 ‘한국문화사’와 함께 역사 분야의 선택과목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고등학교의 역사 분야 선택과목은 두 과목(한국근현대사와 세계사)에서 세 과목으로 늘어나게 된다.

  두 번째 내용은 역사학습 방법의 개선, 즉 외우는 학습에서 느끼고 생각하는 학습으로 교육 내용을 재구조화하는 것이다. 첫번째 내용이 제도적인 것이라면, 이것은 교수학습과 관련된 과정적 내용적 측면의 개선 방안이다.

  교육 내용의 구조는 대개 교육과정과 교과서를 통해 정해지는데, 교과서 집필의 기준이 되는 교육과정은 大綱 제시에 그치게 작성할 방침이다. 대강만 제시함으로써 다양한 교과서가 출현하기를 기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세번째로 국가 사회 차원의 역사교육 강화 방안도 제시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의 역사왜곡에 대응하는 기반을 확대하기 위해 동아시아사의 신설 이외에 대응 논리에 관한 이해 자료의 개발, 학생 역사동아리의 국제교류 활성화, 교사들의 공동교재 개발 지원, 외국인과 재외동포를 위한 역사교육 강화 등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다.

  각종 시험에 역사를 포함하거나 반영하도록 권장하고, 그 구체적인 방법의 하나로 국사편찬위원회가 시행하는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을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하였다. 또한 국사편찬위원회에서 역사교육정보통합시스템을 구축하여 온라인으로 다양한 컨텐츠를 제공하며, 학교와 지역사회를 연계한 역사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의견 수렴의 통로를 마련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예컨대 학계와 교육계, 시민단체 인사로 역사교육발전협의회를 구성하여 역사교육 발전을 위한 자문과 정책연구, 갈등 해결을 담당하게 하겠다는 구상 같은 것이다.
2. 역사교육 강화 방안의 의미

  이번 역사교육 강화 방안은 한마디로 학교교육의 제도와 내용은 물론 시민사회까지를 대상으로 하는 종합적인 것이며, 그 동안의 역사학계의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하여 역사교육의 틀을 개선하려 한 점에서 평가할만하다. 이 방안이 제대로 실천되기만 해도, 적어도 제도적으로는 큰 성과를 거둘 것이며, 시민들의 역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역사교육 강화 방안의 핵심은 역시 중등학교에서의 역사교육 제도 변화이며, 그 중에서도 국사와 세계사를 합쳐 ‘역사’ 과목을 만드는 것과 ‘역사’ 과목의 독립, 그리고 동아시아 과목의 신설 등이다.

  국사와 세계사를 통합하여 ‘역사’ 과목으로 만드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현재 역사는 사회과의 일부로 편제되어 있으며, 그러면서도 ‘국사’는 교과서를 따로 제작하여 사용하는 등 반독립 과목의 형태로 가르치고, 세계사는 사회과목 속에 포함하여 가르치고 있다.

  국사 교육을 강화한다는 취지에 따른 것이지만, ‘국사’의 독립교과서 제작과 국사 교육 강조는 한국사를 국수주의를 고취하는 정책 과목으로 오해하게 만들기도 했고, 학생들로 하여금 마치 세계사는 역사가 아닌 것처럼 인식하게 만들 위험성도 있다. 교과 구조상으로도 이상한 형태이고, 교육의 효과도 의심스러운 구조이다. 그러므로 ‘역사’ 과목으로의 통합은 역사 교육의 정상화 조치라고 하겠다.

  ‘역사’ 과목에서는 일국사의 범주를 넘어 보편사로서의 역사를 가르치겠다는 의지를 읽을 수 있다. 한국사와 세계사는 역사 전개의 현장과 주체가 다르지만, 모두 인간의 삶이 남긴 사실에 관해 배우는 과목이다. 이들의 관계를 도외시하거나 한국사만을 강조하면 한국사가 세계사와 관계없이 고립된 상태로 발전해 온 것처럼 인식할 우려도 있다.

  교통 통신의 발달, 인구와 자본의 이동 등으로 나라 사이의 벽이 계속 낮아지는 추세에 비추어 볼 때, 한국사와 세계사를 유기적으로 연관시켜 배우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역사’ 과목은 이러한 요구에 부응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역사’ 과목의 신설과 과목독립으로 여러 가지 긍정적인 변화가 수반될 것이다. 먼저 교과서가 달라진다. 세계사 내용이 사회 교과서에서 빠져나와 ‘역사’ 교과서로 편찬되고, 성적도 ‘역사’ 과목으로 별도 표기된다.

  또한 ‘역사’가 과목으로 독립됨으로써 역사 교사만이 ‘역사’ 과목을 가르치게 된다. 지금은 역사가 사회과에 속해 있으므로, 사회교사는 누구나 국사나 세계사를 가르칠 수 있고, 실제로 가르치고 있다. 심지어 역사 교사가 아닌 사람이 ‘국사’나 세계사를 가르치는 비율이 절반을 넘는 곳도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교육 현실은 교사에게도 부담이 될 뿐 아니라 학생들도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 정상적인 역사교육을 가로막는 원인의 하나로 지적되어 왔다. 학교 현장에서는 작지 않은 변화가 생기는 것이다.

  이 강화 방안은 오랫동안 역사학계에서 요구해온 과제들을 상당 부분 수용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계기가 외부에서 주어진 점, 다시 말하면 일본과 중국의 역사왜곡이 결국 한국의 역사교육 강화를 가져온 직접 요인이 된 것 같아 그리 개운하지는 않다.

 학계에서 역사교육의 중요성과 강화 필요성을 오래전부터 역설해왔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외부 충격에 대한 대응 방식으로 역사교육이 강화되는 것 같아 영 찜찜한 것이다.

  중국과 일본의 역사왜곡에 대응하는 차원에서라고 하여도 한국사와 세계사를 통합하고 동아시아사를 개설하는 것은 전향적인 의미를 갖는다. 현재의 역사 갈등이 자국사 중심, 자민족 우월주의 역사관에서 비롯한다고 볼 때, 똑같은 방식으로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넓은 시야로 역사를 바라보도록 교육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겠다는 의미로 이해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방향 설정은 이성적이고, 평화지향적인 것이라고 하겠다.

  학습 효과를 높이는 방안을 포함하고 있는 점은 역사 교육이 새로운 과목을 만들거나 시수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역사는 암기 과목으로 치부되어 학생들에게 별로 인기가 없다고 한다.

  최소한의 암기야 어느 과목이든 피할 수 없지만, 역사가 이해와 사고 활동을 중시하는 과목이지 암기로 끝나는 과목은 아니라는 사실을 학생들이 느끼도록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다양한 방법과 시설이 필요하다. 이 방안에서 탐구학습, 현장학습 등 다양하고 효과적인 교수학습을 가능케 하는 방안, 역사독서 매뉴얼과 web-book의 개발 보급을 통해 토론이나 논술수업, 멀티미디어수업 지원 계획을 담고 있는 것은 다행이다. 특히 역사교실의 설치는 교육 효과를 상당히 높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3. 몇 가지 생각할 문제

  마지막으로 이 방안을 보면서 느끼는 우려와 앞으로의 과제 한두 가지만 언급하려고 한다. 가장 큰 문제는 이러한 방안의 시행으로 역사교육이 제대로 될 것인가, 학생들이 올바른 역사인식을 갖게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시간을 늘리고 새로운 과목을 개설하며, 교육환경과 교육방법을 개선하는 것은 역사교육을 제대로 하기 위한 최소한의 여건에 불과하다. 그것이 곧 올바른 역사 교육을 담보하지는 못한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새롭게 조성되는 여건을 활용하여 역사교육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역사교육의 주체들이 준비해야 할 것이다.

  성공적으로 역사교육을 하기 위해서는 좋은 교과서, 훌륭한 교사, 그리고 교육을 돕는 시설 등등 여러 요소가 충족되어야 한다. 그 중에서도 역시 교사의 자세와 교육방식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역사 교사만이 역사 과목을 가르치게 된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여기에 만족하지 말고, 교사가 넓은 시야를 갖고 새로운 성과를 창의적으로 교육현장에 반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과제는 교사 개인에게만 맡길 수는 없으므로, 재교육 시스템을 만들어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여야 한다. 물론 그 이전에 교사를 바르게 양성하는 것이 중요함은 말할 나위도 없다.

  따라서 이 방안이 포함하고 있는 역사교사의 교수학습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연수 확대, 국제교류 지원, 교과연구 모임 지원, 교원 양성과정의 내실화 방안 등은 좀 더 구체화하고 차질 없이 추진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좋은 교과서를 만들어야 한다. 한국사와 세계사가 ‘역사’로 통합되고 한국문화사, 동아시아사 등 새로운 과목이 생겨 역사 교육 체계가 변화하였으므로, 새로운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교과서를 집필해야 한다. 재미있게 읽고 혼자서도 학습할 수 있는 교과서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지만, 과연 그렇게 될지는 의문이다.

  이 방안에서는 교육과정에는 최소한의 기준만 제시하도록 하여 교과서 집필자의 재량을 넓히겠다는 의지를 표명하였고, 국정제는 폐지할 것이 확실하므로, 복수의 다양한 교과서가 나올 수 있는 기반은 마련된 셈이다.

  새로 개설되는 한국문화사와 세계사의 이해 교육과정안은 이미 마련되었는데, 전자에서는 새로운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지만 후자는 예전 ‘국사’의 문화사 부분을 확대한듯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동아시아사의 경우에는 전혀 새로운 교육과정을 짧은 기간에 개발해야 하는데, 아직 동아시아사가 역사의 한 분야로서 정체성을 확립했는지에 대한 학계의 진지한 검토도 없는 상태에서 교육과정을 만들어야 하는 부담도 있다.

  어찌되었든 2월에 고시될 예정인 교육과정에 근거하여 집필될 역사 교과서들은 교사가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교육 현장의 입장이 충분히 반영되고, 학생에게 수업 부담을 많이 지우지 않으면서도 역사인식을 올바로 갖도록 돕는 교과서가 되어야 할 것이다.

  역사교육 강화에도 불구하고 세계사 교육은 약화될 가능성이 없을까 걱정된다. 전체적으로 보면, 역사는 초등학교 5학년에 처음 가르치고, 중학교에서 ‘역사’를 국사와 세계사 영역으로 나누어 통사 체제로 가르치며, 고등학교 1학년에서 ‘역사’를 필수로, 2,3학년에서는 한국문화사, 세계사의 이해, 동아시아사를 선택과목으로 가르치는 체계이다.

  중학교에서는 ‘역사’의 일부로 세계사를 가르치지만, 고등학교에서는 세계사를 선택하지 않는 한 세계사를 배울 기회가 없어진다. 고등학교 ‘역사’에서는 한국근현대사 중심으로 내용이 구성되고 세계사는 그 배경 지식으로 삽입되는데 그치고, 선택과목으로 제공되는 ‘세계사의 이해’를 선택하는 학생이 한국문화사나 동아시아사를 선택하는 학생에 비해  적을 것으로 추측하기 때문이다.

  사회과에서 ‘역사’가 과목 독립함으로써 사회과는 사실상 지리와 일반사회만 남게 되는데, ‘역사’와 사회과 내지 이들 과목과의 관계가 애매해질 수 있다. ‘역사’의 영향으로 다른 과목도 독립하겠다고 할 수 있으며, 실제로 그런 요구가 분출된 바 있다. 이럴 경우 사회과를 해체할 것인지를 검토하여야 할 것이다. 이른바 통합사회과에 대하여는 찬반 양론이 있는데, ‘역사’의 과목 독립이 이러한 논의를 재연시킬 수 있다는 점에도 유의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