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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과 사립학교법

BoardLang.text_date 2005.05.03 작성자 한상권
사학과 사립학교법

한 상 권 (덕성여대 사학과 교수)

여는 글



▲ 출처: 오마이뉴스

“종교사학을 지키자!”

“빨갱이로부터 우리 아이들을 지켜내자!”

“순교를 각오하고 싸우겠다!”

지난 1월 19일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주최로 열린 ‘기독교 사학수호를 위한 한국교회 비상구국기도회’에서 나온 구호다. 한기총 등 기독교 일부 보수교단들이 작년 연말에 개정된 사립학교법에 대해 성전(聖戰)을 선포했다. “사학법 못 막은 우리는 죄인” - “아멘!”과 함께 이날 구국기도회에서는 “순교를 각오하고 싸우겠다”는 말이 여러 번 나오기도 했다.

보수언론은 비리사학에 대해 특별감사를 실시하는 것조차 문제삼았다. 1월 22일 감사원이 전체 1998개 초ㆍ중ㆍ고 및 대학에 대한 특별감사를 벌이겠다고 발표했다. 감사원은 한 달여 간의 예비감사를 벌인 후 △ 학교시설비 등 보조금 지원 규모가 큰 학교 △ 기본재산 변동이 잦은 사학법인 △ 교직원 채용이 빈번한 학교 △ 법정 재단전입금이 지나치게 적은 사학법인 △ 기타 편입학 부정 등 구체적 비리정보가 수집된 학교를 대상으로 3월부터 본 감사를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학재단에 대한 감사원의 특별감사에 대하여 보수언론들은 ‘정략적 감사’, ‘사학 자율성 침해’, ‘코드감사’라고  비난했다.

사학법인들도 사립학교법 재개정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한국사립중고등학교법인협의회 대전시회가 일선 학교법인에 ‘개정 사학법 반대 및 재개정’을 촉구하는 서명인원을 강제 할당한 것으로 드러나 말썽을 빚었다. 2월 8일 전교조 대전지부가 공개한 대전시내 모 학교법인의 공문 등에 따르면, 이 법인은 “사립중고등학교법인협의회 대전시회가 사학수호국민운동본부에서 주관하는 ‘개정사학법 반대 및 재개정 촉구 1천만 명 서명운동’에 동참하기로 의결해 각 법인별로 5천명씩 할당됐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을 비롯하여 보수언론, 종교단체, 사학법인 등 기득권세력이 총 결집하여 작년 연말 통과된 사립학교법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개정 사립학교법의 어떤 점 때문에 이들은 이처럼 광분하는가

1. 사립학교의 전통과 왜곡

19세기말 서구 열강의 침입으로 나라가 주권을 빼앗길 위기에 처하자 실력양성운동의 일환으로 교육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났다. 당시 실력양성운동의 가장 기본적인 영역은 학교설립을 통한 교육운동이었다. 당시를 ‘학교설립의 시대’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전국적으로 각종 학교가 세워지고 있었다. 이른바 교육구국운동이 외형상 결실을 맺고 있었던 셈이다. 통감부의 사립학교령(1908)에 의해 인가를 받은 학교의 숫자만 2,250개 교였다. 이들은 기독교의 영향을 받기도 했으나, 그 정신에 있어서는 대부분이 민족자강운동과 맥락을 같이하며 민족교육을 지향하고 있었다. 사립학교 설립목적은 공통적으로 민족의 주권회복이라는 공공성에 있었던 것이다.

민족정신과의 결합으로 시작된 사학의 역사는 일제의 탄압 속에서도 이어졌다. 일제의 조선지배정책은 조선인을 완전히 일본인으로 만드는 동화정책이며 이는 날이 갈수록 강화되었다. 1938년 공포된 3차 조선교육령의 핵심 또한 조선 사람에게 황국 신민화의 완성을 강요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처럼 황국 신민화 교육정책이 강행되는 과정에서 가장 큰 수난을 당한 것은 사립학교였다. 사립학교들이 일제의 교육정책에 맞서 나름대로 민족주의에 입각한 교육을 실시하였기 때문이었다. 황국 신민화 정책이 노골화 될수록 학교는 식민지정책을 전파하는 도구로 철저히 전락했다. 그 속에서 민족교육을 고집하던 많은 사학들이 문을 닫아야했지만 미미하나마 민족교육의 정신을 이어나간 것 역시 사학이었다.

해방 이후 교육에 대한 국민적 욕구는 폭발적으로 확대되고 있었으나 빈약한 국가 재정으로는 그 욕구를 충족시킬 만큼 새로 학교를 세우기가 어려웠다. 이승만 정부가 궁여지책으로 생각한 것이 “사립학교 재단을 설립하여 자기 토지를 재단의 재산으로 등록하면 그 토지는 토지개혁의 대상에서 제외해준다”는 유인책이었다. 이 유인책은 대단한 효과를 발휘하였다. 토지개혁으로 재산을 잃을까 걱정하던 대지주들이 사립학교를 세우기 시작한 것이다. 해방 이후 정부의 사학정책은 경제적 유인책으로 민간자본을 사학에 끌어들여 국가의 공교육 부담을 줄이는 방향에서 진행되어 왔던 것이다. 한마디로 해방 이후의 사학정책은 교육정책이라기보다는 국가의 교육재정부담을 덜어내기 위한 경제정책에 가까웠다.

1960년대 경제성장기를 맞이하면서 지속적으로 고등교육인구는 증가했다. 이에 따라 사학은 그야말로 우후죽순으로 설립됐다. 정부나 재단의 투자 없이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학교가 운영되는 사학 풍토가 시작됐고, 운영을 위해서는 교육보다 학생수가 더 중요해졌다. 이런 고등교육에 대한 넘치는 열망은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무허가 교육기관들이 생기고, 대학졸업생들의 실업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기도 했다. 그리고 언젠가부터 사학이 하나의 치부수단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비리사학, 부패사학, 족벌사학이라는 용어가 등장하였다. 사학의 재정비리, 인사비리가 하루가 멀다하고 폭로되었기 때문이었다. 재정비리는 회계부정을 통해 공금인 학교예산을 횡령, 유용하는 것이다. 학생들로부터 징수한 등록금을 재단이사장이 경영하는 타 사업체에 전용하는 등 다른 목적으로 유용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였다. 인사비리는 교직원 채용 과정에서 저질러졌다. 채용과정에서 금품을 수수하거나 승진, 휴직 등 인사문제에서 일반적 규정이나 관행을 무시하고 독단적인 인사를 하는 경우이다. 이는, 재정권ㆍ인사권ㆍ경영권을 독점하고 있는 재단 이사장직이 친ㆍ인척 등 혈연으로 승계되면서 족벌체제로 운영되는 한, 이사장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가능한 비리였다.

해방 이후 사학비리가 마치 치외법권의 영역처럼 방치되었던 까닭은 사학을 지원 하여 대학교육을 일으키면서 맺어진, 국가와 사학의 유착 관행이 그대로 이어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국가가 교육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고 사학재단에 떠넘김으로써 ‘사학=사유재산’이라는 인식을 굳히게 만들었다. 국가의 사학에 대한 지원부실과 엄정한 관리결여가 국가와 사학간의 ‘암묵적인 카르텔’을 조장한 것이다. 그동안 대학교육의 가장 큰 수혜자였던 국가는 ‘수익자 부담논리’를 들어 사립대 등록금을 폭등시켜 교육비 부담을 학부모에게 전가하면서도 재정 운영의 투명성에 대해서는 부실감사로 일관하여 사학비리의 방조자가 되어왔다.

4ㆍ19 직후 사학비리를 척결하려는 교육주체들의 노력이 있었다. 통일운동의 열기와 함께 학교민주화를 위한 열망이 분출되었던 것이다. 학생들은 학생자치 조직을 결성하여 재단비리척결과 학원의 민주화 그리고 어용ㆍ무능교수 퇴진 등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사학비리 척결 등 사회 전반을 민주적으로 개혁하려는 노력은 5ㆍ16으로 인해 철저히 짓밟혔다. 학원민주화를 요구하는 교육주체들의 목소리가 다시 사회전면에 부상한 것은 1987년 6월항쟁 이후였다. 각 대학마다 교수협의회가 만들어지고, 총장 직선제가 도입되면서 구성원들이 각자의 목소리를 내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그러자 위기의식을 느낀 사학재단은 사립학교법 개악을 통해 분출되는 민주화 역량을 막으려고 하였다.

2. 1990년 개악된 사립학교법

1988년 노태우 대통령은 집권 1년 차에 치룬 총선결과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었다. 야당에 크게 뒤진 의석점유율로 여소야대 국회가 구성되었기 때문이었다. 급기야 노태우 대통령은 김영삼ㆍ김종필과 민정당ㆍ민주당ㆍ신민당 3당을 합당을 하여 다시 여대야소 국회를 만들었다. 여소야대 체제가 무너지면서 사립학교법이 개악되었다. 국회는 1990년 3월 16일 의원입법으로 기습적으로 사립학교법을 개정하였다. 그리고 노태우 대통령은 국민의 반대여론을 무시한 채 4월 7일 이를 전격적으로 공포해 버렸다. 개악된 사립학교법은 사학에 자율성을 부여하고 사립학교 교직원의 신분을 보장한다는 기만적인 명분을 내세우고 있었다. 그러나 이 때 개악된 사립학교법은 교육주체의 자치권과 자율권은 철저히 억압하는 반면, 사회적으로 지탄받고 있는 사학재단에게는 절대 권력을 부여하여 사학의 공익성과 교육의 자율성을 철저히 유린한 전대미문의 악법이었다. 그 결과 교육에 봉사적 역할을 해야 할 재단이 오히려 교육주체의 교육활동을 자의적으로 통제하고 복속시킬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되었다.

1990년 개악된 사립학교법은 수많은 교육자들과 민주시민들의 교육악법 철폐요구를 백지화 한 채, 재단이사장들의 막후 로비에 의해 제정된 것이었다. 이 때문에 이구동성으로 유신독재시대의 독소조항을 부활시킨 전대미문의 악법이라고 비판하였다. 그리고 상위법인 교육법과 교육관계법 개정안이 아직 심의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이러한 악법만이 단독 처리된 것은 국회를 상대로 수많은 자금을 뿌린 사학재단들의 집요한 로비가 주효한 때문일 것이라는 추측이 무성했다. 그러던 중 중앙대학교 재단상임이사실을 점거농성 중이던 중앙대 학생들에 의해 ‘한국대학법인협의회’ 이사회에서 주요 정당의 당직자 및 문공위원 등을 집중 로비하기 위해 작성한 비밀문건이 폭로되었다. 추측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사립학교법은 1999년 이른바 국민의 정부 하에서 교육부장관의 주도로 또 한 차례 개악되었다. “임시이사 재임기간은 2년 이내로 하되, 1차에 한하여 연임할 수 있다”는 임시이사(관선이사) 임기제한 조항을 신설하여, 부정비리로 쫓겨 난 구 재단이 복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주었던 것이다. 학교법인의 기본재산은 기본적으로 사회에 환원된 공익 재산이다. 사립학교는 학교법인에 의해 설치되고 운영되는 학교로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으며 공익성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학교 법인 뿐만 아니라 그 교육기관인 사립학교는 어느 한 개인이 아무리 많은 재산을 투입했다 하더라도 이는 개인의 소유가 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부장관은 ‘사립학교 주인론’을 내세워 구 재단이 복귀할 수 있도록 사립학교법을 개정하는 데 앞장섰다.



출처 : 세계일보

국민의 80퍼센트 이상이 사립학교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여론에 힘입어 2000년 16대 국회에서 사립학교법 개정 움직임이 일었다. 이에 대해 사학재단 법인협의회는 사학의 설립ㆍ경영의 권리주체를 짓밟으려는 “검은 속셈”을 가지고 사립학교법 개정 운동이 추진되고 있으며, 일부 사학의 비리를 내세워 전체 사학을 싸잡아 규제하려 해서는 안된다고 반박하였다. 사립학교법 개정론자들의 “민주성의 강화” 주장에 대해서도 사학의 건립이념을 훼손하고 있다고 매도하였다. 사립학교의 가장 중요한 건학 이념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사학의 자율성이 최대한 보장ㆍ신장되어야 한다고 법인협의회는 목소리 높였다. 그러나 법인협의회가 사학의 자율성을 내세운 것은 족벌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검은 속셈”이었을 뿐임이 드러났다. 2003년 국회 교육위 국정감사 자료에서 밝혀진 사립대학의 90퍼센트 이상이 이사장 친ㆍ인척(8촌 이내 친족과 4촌 이내 인척 및 배우자)에 의해 족벌경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사학의 자율성”보다 “교육의 공공성”이 더 우선적 가치임을 잘 말해주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다수당이었던 16대 국회에서 사립학교법이 민주적인 방향으로 개정될 수 있으리라고 믿은 사람은 없었다. 더 이상 개악되지 않으면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였다. 사립학교법 개정은 열린우리당이 제1당이 되고 민주노동당이 약진하여 새로운 원 구성이 이루어진 17대 국회로 넘어갔다.

3. 2005년 개정된 사립학교법

이른바 참여정부가 들어선 이후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사립학교법 개정은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공약이며, 국민의 88퍼센트가 찬성하고 있으며, 17대 국회의 5대 개혁입법 과제로 국민이 여기고 있다는 점등을 들어 사립학교법을 개정하겠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피력하였다. 그러나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가 2005년 12월 9일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개정된 법안의 주요 내용은 △학교법인 이사정수 4분의 1이상을 대학평의원회가 추천하는 인사로 선임 △법인이사회 회의록 공개 의무화  △4급 이상 교육(행정)공무원 퇴직 2년 미만자 학교법인의 임원 금지 △이사장은 총ㆍ학장뿐 아니라 다른 학교법인 이사장 또는 사립학교 총ㆍ학장 겸직 금지 △이사장 친ㆍ인척의 총ㆍ학장 금지 △대학평의원회 설치 의무화 △학교 예산은 총ㆍ학장이 편성하되 대학평의원회의 자문을 거친 후 이사회의 심의ㆍ의결로 확정하고 총ㆍ학장이 집행 △학교회계의 예산 및 결산은 교육부에 보고하고 공시 △사립학교 교원의 면직사유에서 노동운동을 한 경우 제외 등이다.

이번 사립학교법 개정에 대해, 과거에 비해 크게 나아간 점이 없으며 다만 교사, 교수, 학생, 직원, 학부모 등 교육주체가 학교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려 하였다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는 소극적인 평가도 있다. 하지만 2004년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국회 과반을 점한 이후 여러 가지 이유로 개혁 작업을 미뤄왔던 집권 여당의 모습을 감안한다면 2005년 사립학교법 개정은 나름대로 진일보한 일이라 평가할 수 있다. 개정 사립학교법은 다음 몇 가지 점에서 사립학교 운영에 많은 변화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제일 먼저 주목할 점은 대학평의원회의 설치가 의무화된다는 사실이다(제26조의 2, 신설). 심의기구로서의 위상을 갖게 되는 대학평의회의 구성 및 권한에 관한 논의가 현재 진행 중이기는 하지만 대학평의원회 설치는 그 자체만으로 기존의 이사장과 극소수 측근 인사 중심의 사학 운영에 일정한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두 번째는 학교법인 이사정수의 4분의 1 이상은 학교운영위원회 또는 대학평의원회(신설 법인의 경우 관할청)가 2배수 추천하는 인사 중에서 선임한다는 사실이다(제14조, 신설). 사학의 투명성과 공익성 확보를 위해 개방 이사제를 도입한 것이다,

세 번째는 법인이사회 회의록은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제18조의 2, 신설). 그 동안 법인이사회에서 무슨 사항이 논의되고 결정되는지 확인되지 않았던 것을 이제부터는 학교 구성원들도 소상히 알 수 있게 된다.

네 번째는 이사장은 총ㆍ학장 뿐 아니라 다른 학교법인 이사장 또는 사립학교 총ㆍ학장의 겸직이 금지되고, 이사장 친ㆍ인척 역시 총ㆍ학장을 할 수 없게 된다(제 23조, 개정). 설립자의 친인척을 경영의 주요한 자리에 앉히거나 이사장, 총장을 대물림하는 “친ㆍ인척 족벌경영” 관행에 제동을 건 것이다.

다섯째 학교 예산은 학교운영위원회 및 대학평의원회의 자문을 거쳐야 한다(제 29조, 개정). 지금까지 학교회계 예산은 총ㆍ학장이 임명한 인사들로 구성된 예ㆍ결산자문위원회의 자문을 받고 법인이사회가 심의ㆍ의결한 후 총ㆍ학장이 집행했다. 이로 인해 대다수 학교 구성원들은 편성된 예산의 구체적인 내역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학교운영위원회 및 대학평의원회의 자문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예산편성이 좀더 투명해 질 것이다. 또한 학교법인의 감사 중 1인은 학교운영위원회 및 대학평의원회가 추천하도록 하였다(제 21조, 신설). 외부 감사의 임명으로 예ㆍ결산에 대한 감시가 더욱 철저해 질 것이다.

이밖에도 임원취임 승인 취소 요건이 구체화되어(제 20조의 2, 개정 및 신설) 교육부의 임의적 판단 여지가 그만큼 줄어들었으며, 임원 선임 제한 요건(제 21조, 개정 및 신설)과 임원의 결격 사유도 강화해(제 22조, 개정) 친족이나 비리 임원의 학교법인 복귀가 그만큼 어려워졌다. 또한 임시이사 선임과 해임에 대한 구체적 규정과 정 이사 선임 규정 등이 마련되어(제 25조, 개정 및 신설/ 제 25조의 2, 신설/ 제 25조의 3, 신설) 합리적인 임시이사 선임 및 운영과 정이사 선임 등이 가능해졌다.

이번 사립학교법 개정 취지는 무엇보다도 사학의 공공성, 투명성을 높여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자는 것이었다. 그동안 사회는 여러 분야에서 빠른 속도로 민주화와 투명화가 진행되어 왔지만 유독 교육분야만은 예외였다. 사학비리가 발생할 경우 그 피해는 학생과 교사나 교수, 학부모 등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사학비리를 사전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부분의 사학비리는 족벌재단의 폐쇄적인 학교운영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따라서 사후개입이라는 소극적 처방이 아닌 사전예방이라는 적극적 차원에서 사학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교가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방향으로 사립학교법을 개정하는 수밖에 없다. 교사, 교수, 학생, 직원, 학부모 등 교육주체의 제도적인 참여를 통한 견제와 감시가 필요한 것이다. 이번에 개정된 것처럼 개방형 이사제가 도입되어 이사회 운영이 투명해지고, 교육에 관한 중요사항을 심의하는 대학평의원회가 설치되고, 학교 예ㆍ결산이 외부 감사에 의해 감사를 받고, 이사회 회의록이 공개된다면 사학비리를 사전 예방할 수 있는 가능성은 이전보다 훨씬 높아질 것이다.

큰 틀에서 보면 2005년 사립학교법 개정은 1990년의 사립학교법 개정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비록 학교장의 교원 임면권은 회복되지 않았지만 이사장의 타법인 이사장 겸직 금지라든가 이사장 직계 존ㆍ비속의 학교장 임명 제한 등은 1990년 이전의 법에 포함되었던 내용들이다. 1990년 사립학교법 개악 이후 법을 악용한 일부 사학들의 비리가 난무했고 이로 인해 교육주체들의 교육권은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 교수들의 교육권과 학생들의 학습권은 헌법으로 보장된 기본권이다. 또한 초ㆍ중등학교의 경우 정부의 재정지원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대학의 경우 납세자인 국민의 등록금이 재원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공공성은 국가적 영역에만 있는 게 아니라 비 국가적 영역인 언론이나 사학에 의한 교육 등에도 있는 것이다. 이러한 자명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사립학교법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데 15년이나 걸린 까닭은 보수세력들의 필사적인 저항 때문이었다.

보수언론들은 사립학교법을 민주적으로 개정하려는 움직임이 있을 때마다 반발하였다. 2001년 노골적으로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반대하며 여론몰이를 했던 동아일보는, 2004년 교육부의 개정안이 국회에 보고되자 ‘사학의 자율성’을 명분으로 사립학교법 개정안에 반대하고 나섰다. 동아일보는 정부의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사학의 자율권”을 저해할 수 있다며, “사학 설립자의 운영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은 사유재산권 침해의 소지가 크다”고 주장했다. 또한 동아일보는 이 같은 법 개정이 건전한 사학까지도 “잠재적 비리집단”으로 간주한다며, “모든 사학이 비리 가능성이 있으므로 자율권을 박탈해도 된다는 논리는 아무리 교육의 공공성을 고려해도 과도한 관권 개입”이라고 주장했다. 심지어 동아일보는 “교원노조의 사회적 파워가 커지면서 사측에 해당하는 사학법인의 경영권도 같이 인정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며 “건전한 사학이 인재 양성에 전념하도록 국가가 의욕을 북돋워야 교육의 질이 높아지고 사교육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된다”는 주장까지 덧붙였다. 이번 사립학교법 개정에 대해서도 2004년도와 똑같은 주장을 앵무새처럼 되 뇌이고 있다. 현재 동아일보, 중앙일보, 조선일보는 “사학의 자율성”, “사유재산권 침해”, “전체 사학을 비리집단으로 몬다” 는 등 운운하며, 사학비리를 사전예방하기 위해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조차 비난하고 있다.

4. 시행령 제정을 둘러싼 쟁점

작년 연말에 국회를 통과한 개정 사립학교법은 오는 7월 1일 정식 발효될 예정이다. 개정 사립학교법은 시행령에 많은 부분을 위임하고 있으므로 시행령은 그만큼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정부는 사립학교법 시행령 개정위원회를 구성하여 사회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교육부는 3월중에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관계부처 협의 및 입법예고 절차를 완료한 후, 4월중에 국무조정실 규제심사 및 법제처 법안심사를 마치고, 5월중에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5월말에 시행령을 공포할 예정이다. 현재 사립학교법 시행령 개정위원회는 개방이사 추천 등 대통령령으로 위임된 11개 항목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논의를 살펴보면 주요 쟁점은 개방 이사의 자격, 대학평의회의 구성과 역할 등 두 가지로 요약된다.

먼저 시행령 개정을 둘러싸고 현재 가장 논란이 큰 부분은 사학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도입된 개방 이사에 대한 것이다. 시행령 개정시안은 개방이사의 자격을 “건학 이념을 구현할 수 있는 자”로 정하고 자격 조건, 추천방법, 추천 절차 등 세부조항을 모두 정관에 위임했다. 법인이 개방형 이사 자격을 과도하게 제한할 여지를 마련해 준 것이다. 개방 이사제 도입의 취지는 폐쇄적인 이사회 운영을 최소한이나마 투명하게 하자는 데 있다. 따라서 개방 이사들에 대한 과도한 제한 요건을 정관에 규정하도록 하는 것은 법 개정 취지 자체를 무색하게 하는 것이다. 또한 건학 이념도 연세대, 서강대, 서울여대만이 ‘건학 이념 구현 여부’를 ‘임원 선임 제한’ 조항에 규정해 놓았을 뿐, 고려대, 이화여대, 성균관대, 한양대, 중앙대, 건국대, 한국외국어대, 경희대, 숭실대, 동국대, 상명대, 국민대 등은 법인이사가 ‘건학 이념을 구현’해야 한다는 규정 없이 구(舊)정관 준칙 조항대로 “이사정수의 반수 이상은 대한민국 국민이어야 한다”고 규정한 것에 그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사학들이 기존의 이사 선임에서 ‘건학 이념 구현’ 등에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았거나, 명문화된 규정 없이 이사장 또는 이사들의 독자적인 판단과 친분 등에 따라 이사를 선임해 왔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다음 개방 이사 추천, 예산 자문 등 대학교육에 관한 중요사항을 심의하는 대학평의원회의 구성과 역할에 대한 견해차이다. 지금까지 임의기구였으나 이번에 설치가 의무화된 대학평의원회의 구성을 어떻게 할 것인가, 시행령에서 어느 정도 수준에서 규정할 것인가에 대해 견해가 각각 달랐다. 대학평의원회의 구성에 대해, 개념만 시행령에 규정하고 나머지는 정관에 위임해 대학이 자율적으로 하자는 입장과, 구성원 참여 등 민주적 의사결정 절차에 관한 사항을 학교운영위원회처럼 시행령에 명시해야 한다는 입장이 팽팽히 맞섰다. 시행령 개정시안은 평의원회 구성주체를 △교원대표 △직원대표 △학생대표 △동문, 지역인사 등 정관으로 정한 자로 정하고 평의원 정수의 하한선(11인 이상), 한 구성원의 최대 비율(1/2) 등을 정했다. 그러나 각 구성 주체를 선출하는 방법과 구성비에 대해서는 별도로 정하지 않았다. 대학평의원회 구성과 관련하여, 대학교육의 절반을 담당하고 있는 시간강사는 물론 조교와 대학원생들의 의견도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닫는 글

해방 이후 지난 수십 년 동안 사학은 이사장이나 설립자의 독단과 전횡에 의해 운영되어 왔다. 오늘날 우리는 민족사학이라는 말보다는 비리사학, 부패사학, 족벌사학이라는 말을 더 자주 듣는다. 사립학교법이 뒷받침해주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재단과 사립학교는 교육을 위한 기구로서 서로 역할이 구분되어 있다. 이것은 재단에 의한 학사운영 간섭을 배제하여 학교 설립의 목적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제도적 원칙이다. 그럼에도 사립학교법에서는 재단 관련자의 학사운영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사립학교 운영체계를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사립학교법에서 재단의 학교 장악을 법적으로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교육기관 운영의 원칙과 사립학교법의 괴리가 학교의 파행적 운영과 분규를 초래하는 원인이 되었다. 사학비리에 맞서 학원민주화투쟁을 벌일 경우 최종적으로 비리족벌재단의 학교장악을 법적으로 보장해주고 있는 사립학교법이라는 거대한 암반을 만나게 된다. 모든 사립학교에서의 학원 민주화 투쟁은 이런 법적 제도적 한계 속에서 진행되었으며 근본적으로 사립학교법의 제한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모처럼 어렵게 개정된 사립학교법이 제 기능을 발휘하려면 다음이 보완되어야 한다.

첫째, 개방이사의 자격요건, 대학평의원회의 구성주체와 구성비 등 주요 내용을 정관에 위임하지 말고 시행령에 명시해야 한다. 법인이 정관을 통해 개방형 이사 자격을 과도하게 제한할 경우 학교 구성원들의 의견이 반영될 여지는 거의 없다. 또한 대학평의원회 구성 방법을 정관에 위임할 경우, 법인 임원이나 총장이 임명한 자 등이 평의원회에 참가할 수 있게 돼 학내 자치기구로서의 성격이 크게 훼손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평의원회의 구체적 구성주체, 구성비에 대해 시행령에 명시하지 않을 경우, 이를 둘러싸고 학내 갈등이 유발될 우려도 있다. 이는 사학의 공공성, 민주성, 투명성을 제고한다는 입법취지에도 반하는 것이다.

둘째, 대학평의원회를 고등교육법에 규정하는 문제다. 향후 고등교육법 개정을 통해 대학평의원회 관련 규정을 명문화해 사립대학뿐만 아니라 국ㆍ공립대학까지 운영의 민주성과 투명성을 높여야 할 것이다. 대학평의원회 구성의 방법과 기능에 대한 논의를 교육법(또는 학교 정관)상 총장(또는 학장)이 회장으로 되어 있는 교수회가 주도할 수 없음은 분명하다. 또 교수의 일부만이 참여한 교수(협의)회나 복수의 교수(협의)회가 존재하는 대학은 교수(협의)회의 역할을 기대할 수 없다. 이 문제는 대학의 모든 구성원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으므로 모든 구성원들이 참여하거나 또는 대표성이 인정되는 기구들이 민주적으로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셋째, 교수회ㆍ직원회ㆍ학생회의 고등교육법상 법정기구화이다. 대학평의원회가 사립학교법에 규정되었지만 교수회ㆍ직원회ㆍ학생회의 법정기구화가 이루어지지 않아 대표성이 없고, 초ㆍ중등교육기관의 학교운영위원회도 교사회 및 학부모회가 법정기구화 되지 않음으로써 대표성이 없는 문제를 안고 있다. 학교구성원의 참여와 자치를 통해 학교 운영의 자율성을 높여 다양한 교육을 창의적으로 실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교수회ㆍ직원회ㆍ학생회를 명문화하여 대학평의원회의 법적 구속력을 높이고, 추후 고등교육법 개정의 토대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중ㆍ고등학교의 경우 대부분의 사학이 학교 운영비의 2퍼센트에 불과한 재단 전입금을 납부하면서 국가로부터 90퍼센트에 이르는 재정적 지원을 받는다. 사립대학의 경우 재정의 대부분을 학생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다. 이처럼 국민의 혈세와 학생등록금으로 운영하는 사학들이 ‘사유재산’을 전제로 ‘사학 자율성’ 운운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번에 개정된 사립학교법이 투명한 운영구조, 민주적인 의사결정구조를 확보하는 방향으로 작동된다면 사학비리는 그만큼 줄어들고 교육의 공공성 또한 빠른 속도로 회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