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학교법 개정안을 둘러싼 논의를 지켜보며 -교육개혁의 시금석은 공익이사제 도입이다 - 2004.8.2 한상권(덕성여대) Ⅰ. 정부(교육부)안 1-1. 교육인적자원부(이하 교육부)는 지난 7월 6일 국회 교육상임위 보고를 통해 사립학교법 개정방향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밝혔다. 교육부는 이 보고서에서 사립학교 문제의 핵심 원인으로 (1)사학비리에 대한 견제․예방장치 미흡 (2)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역할 한계 (3)장기간 임시이사 파견학교의 발전지체 (4)민원중심 사후감사의 한계 등 네 가지를 들었다. 그리고 개선방안으로 (1)비리 관련자의 학교복귀 제한 강화 (2)이사의 친․인척비율 하향조정 (3)문제학교의 구성원에 일부 이사추천권 부여 (5)이사회 권한 분산 (6)임원승인 취소요건 완화 (7)사학분쟁조정위원회 설치 등을 제시하였다. 1-2. 교육부의 사립학교법 개정안은 첫째, 교원 임면권을 학교장에게 부여함으로써 인사․재정․경영을 독점하고 있는 이사회의 권한을 분산시키려 하였다는 점 둘째, 이사의 친인척 비율을 현행 1/3에서 1/4로 낮추어 족벌체제를 약화시키려 하였다는 점 셋째, 이사 및 이사장 등 임원의 취임승인취소요건 완화, 비리관련자의 복귀 제한요건 강화(현행 2년에서 5년으로), 분규사학의 경우 구성원에 이사 추천권 부여 등을 통해 사학비리를 처벌하려는 의지를 보였다는 점에서 현행 사립학교법에 비해 진일보한 것이다. 1-3. 그러나 교육부 개정안은 다음 몇 가지 점에서 여전히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첫째, 이른바 참여정부의 교육개혁안이 과거 군사독재정권 시절의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언론에서 개혁안의 핵심으로 지적하고 있는 교원 임면권을 학교장에 부여하는 것이 그러하다. 교원 임면권은 전두환 군사독재 시절인 1981년에 개정된 사립학교법에 의해 학교장에게 부여되었다. 그러다가 1990년 3당 합당으로 국회의 여소야대 체제가 무너지면서 사립학교법이 개악되어, 교직원에 대한 임면권이 재단 이사장에게 다시 되돌아갔다. 이번 교육부 개정안은 이를 다시 원래대로 학교장에게 되돌려주는 것에 불과하다. 둘째, 사학비리에 대한 사전 예방장치가 여전히 없다는 점이다. 교육부가 새롭게 마련한 사학비리 대처방안은 사후약방문에 불과하다. 실제로 비리사학에서 학내분규가 발생하면, 그 피해는 학생과 교사나 교수, 학부모 등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따라서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사학비리를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셋째, 민주적 학교운영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지 못했다. 대부분의 사학비리는 족벌재단의 폐쇄적인 학교운영에서 비롯되는 것이므로, 교사, 교수, 학생, 직원, 학부모 등 교육주체의 제도적인 참여를 통한 견제와 감시가 절실히 필요하다. Ⅱ. 여당(열린우리당)안 2-1. 여당(열린우리당)은 사립학교법 개정은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공약이며, 국민의 88%가 찬성하고 있으며, 17대 국회의 5대 개혁입법 과제로 국민이 여기고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이번 9월 정기국회 초반에 제출해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여당의 사립학교법 개정 움직임을 조선일보는 7월 30일자 1면 머리기사와 3면 해설기사로 대대적으로 보도하였다. 조선일보는 이 기사에서 열린우리당이 사립학교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전교조의 요구 7항 중 다음 6개를 수용하여 사학재단 권한 줄이는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하였다. (1)이사회 이사들 중 이사장 친인척의 비율을 1/5이하로 한다. (2)비리 연루 인사의 학교복귀 금지 기간은 10년 이후로 한다. (3)부패재단에 대해 감독청이 직권으로 임시이사를 선임한다. (4)초중등학교의 경우 현행 자문기구화되어 있는 학교운영위를 심의기구화 한다. (5)교사회, 교수회, 학부모회, 학생회, 직원회를 법제화 한다. (6)교원은 교원인사위원회 제청을 받아 학교장이 임명한다. 2-2. 이상의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7월 30일 공동 명의로 발표한 성명을 통해 "조선일보 기사가 열린우리당이 추진하고 있는 사립학교법 개정안에 대해 심각히 왜곡하고 있으며 학교 현장의 분열과 반목을 조장하고 있다"며 다음과 같이 반박했다. (1)조선일보 기사의 제목인 '전교조 요구 7항 중 6개 수용'과 관련해 열린우리당은 전교조로부터 어떤 요구 조건을 전달받은 사실이 없다. (2)조선일보는 기사에서 '이사의 구성 중 재단 이사장의 친인척 비율을 현재 1/3에서 1/5로 대폭 축소하는 등 전교조가 제시했던 7개 핵심과제 중 6개항을 수용하고 있다' '비리가 적발된 경우는 아무리 학교 소유자라도 10년간 업무에 복귀할 수 없게 된다'라고 쓰고 있으나, 당정회의에서는 이 부분에 대해 전혀 논의한 바 없다.([부패재단 해임 문제를 당사자와 상의? 열린우리당 의원들 "<조선> '사학법 개정안' 기사는 왜곡보도"], OhmyNews, 2004.07.30, 이한기(hanki) 기자) 2-3. 조선일보가 보도한 여당의 주요 개정안 6개항 중 (1)(2)에 대해서는 전혀 논의된 바가 없다고 여당 스스로가 부인하므로 개정안은 나머지 4개항이 된다. 이 중 (3)은 현행 사립학교법에도 규정되어 있는 것이므로 개정안이라고 할 수 없다. 남는 것은 (4)(5)(6)인데 이 중 (4)는 현행의 자문기구를 심의기구로 한 단계 격상하는 개선안이며, (6)은 교육부가 제출한 개정안에 있는 내용으로,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이미 군사정권 시절에도 시행되고 있었다. 따라서 여당이 마련한 개정안 중 새로운 것은 (5)인데, 이에 대해서는 교육부도 부분수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이를 볼 때, 여당의 사립학교법 개정안은 교육부의 개정안에 비해 크게 나아간 점이 없으며, 다만 교사, 교수, 학생, 직원, 학부모 등 교육주체가 학교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려 하였다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2-4-1. 이처럼 정부와 여당의 교육개혁 의지가 소극적인데도 보수언론은 사립학교법 개정 움직임에 노골적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2001년도에 노골적으로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반대하며 여론몰이를 했던 동아일보는, 교육부의 개정안이 국회에 보고되자 이번에도‘사학의 자율성’을 내세우며 사립학교법 개정안에 반대하고 나섰다. 동아일보는 7월 8일자 사설 <사학의 존립 기반 흔들어서야>에서 정부의 사립학교법 개정안이ꡐ사학의 자율권ꡑ을 저해할 수 있다며, ꡒ사학 설립자의 운영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은 사유재산권 침해의 소지가 크다ꡓ고 주장했다. 또한 동아일보는 이 같은 법 개정이 건전한 사학까지도 ꡐ잠재적 비리집단ꡑ으로 간주한다며, ꡒ모든 사학이 비리 가능성이 있으므로 자율권을 박탈해도 된다는 논리는 아무리 교육의 공공성을 고려해도 과도한 관권 개입ꡓ이라고 주장했다. 심지어 동아일보는 ꡒ교원노조의 사회적 파워가 커지면서 사측에 해당하는 사학법인의 경영권도 같이 인정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ꡓ며 ꡒ건전한 사학이 인재 양성에 전념하도록 국가가 의욕을 북돋워야 교육의 질이 높아지고 사교육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된다ꡓ는 주장까지 덧붙였다. 동아일보는 지난 2001년도와 똑같은 주장을 앵무새처럼 되 뇌이고 있는 것이다. 당시에도 동아일보, 중앙일보, 조선일보는ꡐ사학의 자율성ꡑ, ‘사유재산권 침해ꡑ, ‘전체 사학을 비리집단으로 몬다ꡑ운운하며 사학비리를 근절하기 위한 최소한의 법 개정안에 노골적으로 반발했었다. 2-4-2. 조선일보는 한 수 더 뜨고 있다. 7월 30일자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 여당은 교육위원 공동성명을 통해 다음과 같이 비판하였다. (1)조선일보는 우리 교육의 장래가 걸린 주요 법안을 마치 일부 교원단체의 이해관계에 따라 좌우되고 있는 듯이 표현하여 법 개정 취지를 악의적으로 폄하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기사에서 "일선 교육 현장에 전교조의 위세가 거센 현실을 감안할 때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나오고 있다"며 사립학교법 개정을 전교조 대 비(非)전교조의 대립과 갈등으로 조장, 유도하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2)조선일보는 기사에서 '학교의 소유자인 이사장이 독점하던 권한'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으나, 이는 무지의 소치이자 의도적인 왜곡으로 사립학교는 사인이 설립하고 학교법인이 운영권을 가지고 있으나 엄연한 공교육기관으로 사적소유의 대상이 아니다. 조선일보가 사주의 소유물이 아니듯 사립학교는 이사장의 소유물이 아니며, 대다수 건전 사학의 운영자들은 이미 그러한 전근대적 인식을 극복했다. (3)조선일보는 기사에서 '부패재단에는 감독관청이 기존 이사회 의사와 상관없이 직권으로 임시이사를 선임 할 수 있게 되며'라고 쓰고 있으나 현행 사립학교법에서도 감독관청이 부패재단에 임시이사를 파견할 때 이해관계인의 청구 또는 직권에 의해 임시이사를 선임하도록 되어 있다. 상식적으로 부패재단을 해임할지 여부를 부패재단과 상의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4)조선일보는 기사를 통해 사학법 개정 추진이 공산주의에도 없는 법안으로 붉게 칠하는 등 교육개혁까지 색깔론으로 저지하려는 것은 참으로 치졸한 발상을 드러냈다. 조선일보는 한 걸음 더 나아가 7월 31일자 사설 <학교를 전교조의 '인간改造 공장'으로 만들 건가>에서, 사립학교법이 개정되면 “이제 이 나라의 초․중․고등학교에서 우리의 아들딸들은 조국의 부끄러운 모습만 집중적으로 교육받고, 6․25전쟁을 일으켜 수백만 명의 사람 목숨을 앗아간 김일성의 항일유격대 활동을 학습하고, 미국 등의 동맹국이 추악한 나라라는 교육을 받으면서 대한민국의 '신(新) 국민'으로 성장하게 될 것이다”라 하여, 뜬금없는 주장을 하기도 하였다. ‘사립학교법개정=전교조학교장악=좌경용공교육실시’라는 해괴한 도식을 만들어 내면서까지 사립학교법 개정 저지를 위한 여론몰이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2-4-3. 동아일보 조선일보 등이ꡐ사학의 자율성ꡑ‘좌경용공세력의 교단장악’ 등을 내세워, 사학비리를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견제 장치조차 거부하는 까닭은 이들이 사학재단과 이해관계가 일치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실제로 동아일보 조선일보 등 일부 신문의 사주들은 거대 사학을 소유하고 있다. 이들이 사회의 공기(公器)인 지면을 통해 기득권을 잃지 않기 위해 노골적으로 교육개혁을 저지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언론개혁의 필요성을 더욱 절실히 느끼게 된다. Ⅲ. 정부와 여당의 개정안으로 사학비리를 막을 수 있을 것인가 3-1. 사학비리는 사전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여당의 사립학교법 개정안에는 이를 위한 배려가 없다. 사학비리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최고 의사결정권을 지닌 이사회가 민주적으로 구성되고 투명하게 운영되어야만 한다. 이사회 구성단계부터 일부 이사를 학교구성원들이 추천한 공익이사로 선임하는 것이야말로 만성적인 사학분규를 근본적으로 해소하는 최선의 방안이라는 것이다. 3-2. 사립학교법 개정안에 공익이사제를 도입해야 하는 근거는 다음 두 가지에 있다. 첫째, 사학의 공공성이다. 현행 사립학교법은 “이 법은 사립학교의 특수성에 비추어 그 자주성을 확보하고 공공성을 앙양함으로써 사립학교의 건전한 발달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제1조(목적))라고 하여, 사학의 자주성과 함께 공공성을 그 목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 사립학교는 공교육기관으로서 출발했고, 학교운영비의 거의 대부분을 학생등록금과 국가지원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또한 사립학교는 사회에 기부한 공공재산으로, 일반공익법인처럼 법인을 설립하여 운영된다. 따라서 사학은 사회의 공적 자산이고 국민의 교육기관이어야 한다. 그러므로 공익이사제도를 도입해서 공정하고 민주적이고 투명한 이사회를 만들어 족벌 운영에 의한 학교의 사유화, 전근대적이고 비민주적인 학교운영과 부패구조를 청산해야 한다. 이윤추구를 최고의 가치로 삼는 기업에서조차 사외이사제를 도입하여 경영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최근의 현실에 비추어 볼 때, 교육기관에서의 공익이사제 도입은 오히려 때늦은 감이 있다. 둘째, 공익이사제 도입을 위한 앞서의 노력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마련하면서 공익이사제 도입을 위한 노력이 여러 차례 있었으나, 개혁세력의 수적 열세로 번번이 좌절되고 말았다. (가) 1999년 교육부(장관 이해찬)는 ‘학교구성원이 추천하는 공적이사 도입ꡑ을 발표하고, 이를 8월 임시국회 때 교육부 개정안으로 국회 교육위원회에 제출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 한나라당이 국회 교육위원회에 과반수를 차지함으로써 사립학교법이 오히려 개악되어 공익이사제 도입은 배제되었다. (나) 2000년 12월 민주당 소속 교육위원과 한나라당 소속 개혁의원이 합동으로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제출한 바 있다. 당시 제출된 개정안은 “학교법인 운영의 공공성을 제고하고, 학교 운영의 민주성과 투명성을 강화함으로써 사학비리의 원인을 제거 한다”는 취지 하에 공익이사제 도입을 해결책으로 제시하였다. 당시 제출된 개정안의 내용을 보면, “학교법인 이사회의 1/2 이상을 학교운영위원회가 학부모, 교원, 직원, 학생, 지역, 동문 등의 의견을 수렴하여 추천하는 공익이사로 충당하여 설립자․이사장 위주의 학교 운영을 지양하고, 학교운영의 공공성과 민주성 및 투명성을 확보함으로 학부모, 교직원, 학생 등 사립학교 구성원들의 학교운영과 발전에 대한 책임성을 제고하고자 한다”(안 제15조제3항 신설)는 것이었다. (다) 2001년 2월 민주당 교육위원(설훈, 이재정, 김덕규, 김경천, 전용학, 임종석, 김화중 의원)등이 발의한 사립학교법중 개정법률안을 보면, “이사회가 전원 임시이사로 구성된 경우 이사는 3분의 1 이상은 초․중등학교의 경우 학교운영위원회가, 대학의 경우 교수회가 추천하는 자를 선임하도록 한다.”(안 제25조제5항 신설)는 것이었다. 3-3. 현재 사립학교법개정국민운동본부(사학국본) 등이 “국가 지원을 받는 전체 사립학교에 대해서 교육당국과 공익단체가 추천하는 공영이사를 선임하도록 하고, 학교법인 이사회 구성 정수의 1/3 이상을 학교운영위원회 또는 해당학교 학부모․교직원단체가 추천하는 공익이사로 충당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사립학교법 개정을 요구하는 것은, 논리적 타당성과 역사적 실체성을 지니는 것이므로 결코 무리한 주장이 아니다. 그럼에도 정부와 여당이 여전히 공익이사제 도입을 외면하는 까닭은 아직도 사립학교를 일종의 사유재산으로 인식하고,ꡐ국민의 교육받을 권리ꡑ보다는ꡐ재단의 사유재산권ꡑ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여당은 공익이사제 도입을 위한 앞서의 노력을 발전적으로 계승할 필요가 있다. 교육부가 마련한 사립학교법 개정안 중 ‘문제학교의 구성원에 일부 이사추천권 부여’는, 앞서 언급한 공익이사제 도입을 위한 일련의 흐름 중 ‘(다) 2001년 2월 민주당 교육위원의 개정안’을 계승한 것이다. 반면 국회의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는 여당은 공익이사제 도입에 관해 아무런 언급도 없다. 국회가 교육개혁을 선도하는 입장에 서려면 정부보다는 진취적인 개정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